Kinoki

괴물과 독과점

The Skeptic 2006. 8. 20. 18:48

원칙대로 말하자면 영화 괴물의 상영관과 스크린 수 독점의 문제는 '독과점'이라고 볼 수 없다. 독과점이라면 적어도 하나나 몇 개의 기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지속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영화 괴물은 그저 한 영화 제작사에서 만들어 낸 공전의 히트상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괴물을 중심으로 독과점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그저 일종의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간 관객 천만을 동원한 영화들중 가장 많은 상영관과 스크린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전에 관객 천만을 돌파했던 영화 왕의 남자의 경우는 영화가 히트함에 따라 점차 상영관이 늘어간 전례가 있기에 더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제작자나 감독의 입장에선 억울한 감이 없지 않을 테지만 그로 인해 영화판의 독과점 문제가 화제가 되는 것은 그리 반대할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오히려 더 크게 제기되어야 할 문제는 한 영화의 스크린 수 독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영화계의 수직적 구조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영화관을 수직적 산업구조로 갖고 있는 대 재벌들의 문제인 셈이다. 그 문제가  크게 제기된 사건이 바로 영화 홀리데이의 4일 천하 사태다. CGV에서 상영을 시작했던 영화 홀리데이가 꼴랑 나흘만에 상영을 접은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배급사와 극장간의 상영관 조정문제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 같이 상영을 시작한 영화 투사부일체의 제작사가 CGV계열이었기 때문이란 루머는 아직도 파다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루머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결코 진실이 드러날 리는 없지만.

 

영화 괴물이나 홀리데이 사건을 보더라도 우리 영화판의 독과점 문제는 분명히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영화판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결국 대기업들의 판단에 따라 볼 수 있는 영화와 볼 수없는 영화가 미리 선별된 채 관객들에게 공개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독과점인 셈인데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미 그런 마이너 계열의 영화들을 위한 상영관이 마련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즉 메이저 상업영화들과 마이너 저예산 영화는 시장자체가 다르므로 같은 식으로 다루어져선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자신의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드는 것을 반대하는 감독은 없다. 게다가 마이너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공간은 어지간한 영화광이거나 골수 팬이 아니면 그 위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 영화가 이른바 멀티플렉스의 한 스크린에서라도 정기적으로 상영된다면? 적어도 접근성이란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정책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영화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으로 손해가 아니며 관객들로서도 환영할만한 정책인 것이다. 결국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돈이 되는 영화산업에 진출한 대재벌들의 단기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과 관객들을 위한 배려는 실종되고 만 것이다.

 

스크린 쿼터 문제를 둘러싸고 밥그릇 챙기기란 비난을 앞세우는 덜 떨어진 인간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 그들은 영화인들의 외제차는 욕하면서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을 소유하고 관객들에게 일률적인 형태의 영화만을 생산, 공급하는 재벌들의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옹호한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단세포적인 동물이 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천박한 자본주의는 이제 사람들의 의식까지 포섭했다. 난 그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울리지도 않게 사회적 안전망이나 복지를 운운할 때마다 조삼모사의 원숭이 무리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당하고 살아도 싼 인간들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이란과 일본 영화들을 가까운 멀티플렉스에서 편안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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