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보험인을 만나다

The Skeptic 2007. 11. 25. 14:09

대개의 경우 한 개인이 집단과 맞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이미 코흘리개 시절부터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을 통해 그런 것을 가르치고, 아니 주입시키고 있다 - 그리하여 사람들은 매일같이 조직과 집단,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질서들과 시스템앞에 자발적으로 수긍하는 삶을 살아간다. 김수영 시인은 침이라도 뱉으라고 말했는데 말이다.

 

아는 후배가 하던 일을 접고 보험회사엘 들어갔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보니 수입이 불안정한 일보다는 얼마가 되었든 안정적인 돈이 매달 들어오는 직종의 필요성을 느낀 모양이다.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가 이전에 하던 일 역시 그저 밥벌이에 불과했었으니 다만 돈이 어떤 식으로 벌리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뿐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주변에 보험인이 늘어나면 한동안 피곤하다. 내가 보험을 들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음을 아무리 주지시켜도 한동안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도 그들에겐 하루에 몇 명의 사람을 만나서 상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할당량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래저래해서 초짜 보험인을 만났다. 그리고 늘 그렇듯 맨날 듣는 설명이란 걸 들었다. 그런데 그걸 듣고 있는 내 심기가 영 불편했다. 초짜라 그런가? 아님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걸 포기해서일까? 그도 아니면 이왕 하는 일 열심히 하자는 자기 최면을 열심히 한 탓일까? 난 그 초짜 보험인의 말투에서 풍겨 나오는 '자부심'이 영 거슬렸다. 아마도 그는 자기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닥칠 불의의 사고나 불안정한 노후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천사쯤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하는데 도움은 될 것이지만 어차피 그나 나나 그게 사실이 아니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남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자부심'이란 것,

암만 들어보고 생각해봐도 내겐 그저 '자기 기만'일 뿐이다.

 

물론 내가 성격이 영 배배 꼬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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