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은 어디로???

이해할 수 있는 원인과 그 원인과 비교해 볼때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과인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각 당은 모두 제각각 내분 상태로 빠져 들었다. 딴나라당이야 대선전부터 익히 알려진 것처럼 맹박이와 유신공주간의 계파 싸움이 불붙었고, 민주신당은 친노 대 비노, 반노라는 틀위에 애시당초 개혁이나 신념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목적이었던 장사치들의 이탈이 겹쳐져 나타나고 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두 당의 모습이다. 내 관심은 창조한국당과 민노당이다.

사실상 문국현의 일인당이라 볼 수 있는 창조한국당은 이 내분의 와중에 아직 치고 나갈 동력을 충분히 얻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대한민국의 폐쇄적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동력'이란 결국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기존 정치인'을 의미한다. (다소 부정적인 언사를 사용했지만 지칭하는 바 그들이 모두 장사치들인 건 아니다) 결국 창조한국당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이들 중 괜찮은 사람들을 끌어 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눈앞의 총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부터 총선까지 이어지는 이 짧은 기간은 창조한국당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시간이 부족한 탓에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공당의 위치를 잡아갈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인 민노당. 분당, 정파간의 힘겨루기 많은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애시당초 이 사건을 촉발시킨 대선을 바라보는 민노당의 관점과 평가에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를 민노당에 대한 심판으로 여긴다는 평가다. 글쎄?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대통령 선거가 민노당에 대한 평가를 겸할 수 있을 정도로 결정적인가? 난 결코 아니라고 본다. 총선과 달리 대선은 '치킨게임'의 성격이 강하다.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는 박살이 나는 '제로섬 게임'이다. 정치적 성향이 어지간히 비슷하다면 '될성부른 놈 밀어주기'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민노당 내부에선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은 민주신당따위완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내부의 생각'일 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민노당 내부에서 이 사실을 몰랐을까 싶다. 몰랐다면 민노당의 현실 정치에 대한 판단능력에 의구심을 갖을 수 밖에 없고, 알았다면 특정 정파가 대선을 좋게 말해 당 혁신 아니면 나쁘게 말해 주도권 쟁탈을 위해 동원한 수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판단은? 전자다.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이제껏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현실 정치에 대한 판단능력의 문제'라고 본다.

아무튼 민노당은 현재 내홍에 휩싸여 있다. 평등파 중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이는 분당을 주장하고 있으며, 자주파는 자신들에게 씌워진 '종북주의'가 잘못된 것이며 주도권 쟁탈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중이다. 일단 자주파의 '주도권 쟁탈전' 주장은 평등파의 분당과 관련이 있다. 심상정의원이나 노회찬 의원이 밝힌 '종북주의 청산' 문제가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되었는 데도 분당을 감행한다면 자주파의 주장인 '주도권 쟁탈'은 혐의가 없다. 반면 평등파 역시 애시당초 그들의 문제제기의 목적이 '당 혁신'이 아니라 이념적 지향이 다르니 분당을 하겠다는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심상정, 노회찬 두 의원이 밝힌 내용들이 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며 타당한 안이라는 점이다. 과거 학생운동 시절에도 그랬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자주파의 시선은 지나치게 관대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자주파를 특징짓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일심회 사건을 국가보안법, 즉 탄압받는 사상적 소수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행위와 당원들 개인의 인권문제라는 이중의 틀로 파악한 것은 매우 정확한 판단이다. 적어도 민노당의 해묵은 주도권 쟁탈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설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즉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종북주의'지만 속내는 민노당 내부의 정파갈등이며 주도권 싸움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시사하는 바는 민노당 내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며, 또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성질도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별 거 아닌 원인이 큰 사건을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도 그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민노당의 진로는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적어도 이번 사건 진행을 바라보며 내가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은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훌씬 더 현명하다는 점이다.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