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이 이미 예정된 길을 가려는 듯 하다. 애시당초 양 측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놓고 맞부딪쳤다는 점을 놓고 보면 탈당과 분당이란 것은 외길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단지 총선을 앞둔 상황, 그리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안착화된 이래 가장 안 좋은 정치적 현실을 놓고 봤을때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마주 보고 있는 것조차 짜증이 난다는 수준이라면 더 이상 해답은 없다. 몇 십년을 해로한 부분들도 그런 이유로 갈러서지 않던가. 아직도 몇몇 분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탈당과 분당에 반대하고 화합을 주장하지만 어쩐지 버스 떠난 뒤에 손흔드는 광경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렇다. 물론 나 역시도 그 옆에서 '아직' 소심하게 손흔들고 있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뭐 내가 손을 흔들건 발을 흔들건 그건 현재 민노당 돌아가는 상황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분당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분당 자체가 오판일지 아닐지 아직 모른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시기적으로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얼굴보기조차 싫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서 투덜대며 일하는 것보단 생각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낫긴 하다. 다만 지금 뜻이 잘 맞는 것도 영원하진 않을 것이란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며 그 때는 또 어찌할 것인가하는 것은 남겨진 문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걱정할 것은 아니다.
이미 정해진 외길 수순을 척척 두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눈에 띈다. 그것은 민노당을 지지하는 각종 단체들의 행보다. 분당이 기정사실이 딘 상황에서 그 단체들간의 이합집산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정당의 분당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정당은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그 중심에 놓는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의 집합체다. 반면 정당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대체로 생할공간을 공유하는, 즉 비슷한 계급적 조건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이를테면 친구와는 의절하기 쉬워도 가족간은 어려운 것처럼. 정당의 분열은 문제가 아니지만 지지단체들의 분열은 문제가 좀 심각하다. 잘못 하면 죽쒀서 개주는 결과를 부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면 분당을 하건 말건 그건 대충 알아서들 잘 하시도라도 민노당을 지지하는 각종 단체들의 문제는 다 같이 모여서 합의를 보든지 최소한의 교통정리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총선이 눈앞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상 진보정당에 대한 평가는 대선보다는 총선이 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의 참패란 치명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레서 좀 더 생각을 끌고 나가보자면 일단 현재 민노당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그냥 민노당을 지지하는 단체로 남는 것이 낫다고 본다. 설혹 그것이 현재의 분당국면에서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총선에서 역시 민노당을 지지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말하자면 일단 가진 밑천으로 본전은 해놓자는 셈법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박차고 나간 사람은 그만큼 자신이 있는 것이니 혼자서 잘 할 것이라 믿고 방치(?)하자는 거다. 그리고 그들이 박차고 나간 이상 범 진보세력이라 불릴만한 덩어리를 확대해야할 의무가 있기도 하다. 만약 분당이 단순히 이미 갖고 있던 지분을 나누는 형태가 된다면 분당은 선명성 논쟁일 뿐이다. 물론 민노당 내부에선 아니라고 할 테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그 뿐이며, 분당이 가져다 주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나같은 인간이 보기엔 '왜 돈 안 되는 짓에 열을 올리냐?'는 물음만 남게 될 뿐이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은 현재 민노당의 분당 국면이 워낙 정해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언제고 수정가능한 생각일 뿐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분당에 참가하고 총선을 대비하여 어떤 수순을 밟는가 그리고 그 당을 주로 어떤 층에서 지지할 것인가가 명확해진다면 이야기는 조금 더 구체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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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뭐 아주 모르겠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떠올리는 예측들중 최악만은 좀 피해서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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