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명대에서 몇천대로 급감한 촛불"
방송사를 비롯한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다루고 있는 화제다. 촛불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모든 언론사의 관심사이자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소재가 되어버린 것 자체가 이미 촛불집회의 엄청난 영향혁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애시당초 촛불의 숫자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실 기사거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은 이걸 기사로 만든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어거지다.
까마귀날자 배떨어지고, 참외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은 사실 별 상관없는 두 개의 사건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나 마치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양 비취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번 촛불숫자 감소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집회의 의제를 '광우병'에서 이른바 '5대 의제'로 확대하면서부터라고 적시하는 것이다.
사실 촛불집회의 인원이 간소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었다는 점과 그 오랜 기간동안의 성과로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재협상절대 불가'에서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이란 측면까지 발전해온 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 많은 촛불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맘에 안 들면 까짓 다시 촛불들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내가 아는 어떤 혹자들은 촛불들의 '박약한 인내심'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야장창 시청앞에서 춧불을 들고 있기엔 사람들의 삶이 참으로 팍팍하다. 비록 그들이 자신들의 팍팍한 삶이 정치적인 이유때문이라는 걸 알더라도 언제 해결될지 모를 문제에 모든 걸 걸고 매달리는 것보다 더 절박한 '일상적 삶'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걸 외면하기란 너무 힘든 노릇이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정치세력도 민심을 얻을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너희는 못 한다고 하느냐고. 이 비논리적이며 몰상식의 극을 찌르는 푸념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있다.
"넌 그 짓하면서 밥벌이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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