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나 집회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간에 결국 '무엇, 혹은 어떤 것을 요구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안전하지 못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국민들의 삶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왜? 소고기 수입고시가 철회되고 재협상이 이루어져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타결된다 치더라도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병원을 허가할 수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상 이것은 없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공적 의료보험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스와 전기, 수도 역시 민영화함으로서 국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질 것이다. 심지어 명바기는 경제성 운운하지만 실상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건설사들 배만 부르게 해줄 대운하까지 파겠다고 난리다. 부모들은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 불행히도 그 현상을 부채질할 자립형 사립고 역시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이 모든 사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촛불들고 시청 광장에 모일 것인가?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노무현 말처럼 정권 퇴진이 헌정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민주주의는 천천히 발전한다는 인식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비록 내가 엄청나게 게으른 인간이고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이지만 길게 보고 5년동안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깝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난 너무 게으르고 참을성이 없다. 난 단칼에 명바기를 날려버리고 적어도 여기서 더 이상 나빠지는 것만은 막고 싶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우습게도 그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노무현이다. 오늘자 뉴스를 보니 노무현이 노사모의 모임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중 반 이상은 사실 실망스러운 말이었는데 한 가지는 귀에 쏙 들어왔다. 무엇인가 하면 '이명박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18대 국회'라는 지적이었다.
그렇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바로 여기에 길이 있다. 현행법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명박을 탄핵하자고 해봐야 불가능하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냈다. 촛불집회 장소를 여의도로 바꿔야 한다. 그것도 한나라당 당사를 포위하는 형태로 말이다. 현 국회의 구성상 한나라당없이 탄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명바기가 정신차리고 사고만 안 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몇 만의 사람들이 한달이상 촛불을 들고 외치고 있는데도 여전히 배후에 친북주사파가 있다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인사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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