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정대세, 재일조선인과 국적문제

The Skeptic 2009. 2. 15. 01:55

 

이 지극히 토종스럽게 생긴 얼굴의 주인공은 일본 J리그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현재 북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정대세'라는 선수다. 축구를 좋아하거나 하다못해 국가대표 경기정도는 꼭 챙겨 보는 반쪽 축구팬들이라면 이미 '인민 루니'라는 애칭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이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그의 축구 스타일 때문이다.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루니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없는 돌파력과 킥력을 자랑한다. 개인적인 견해에서 보자면 아직도 볼 트래핑이나 수비수를 끼고 돌아서는 플레이같은 면에선 딸리지만. 하긴 그런 것까지 잘 한다면 일본 J리그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을 테지만.

 

아무튼 그의 플레이는 J리그내에서도 사뭇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동안 일본 대표팀의 경기들을 알음알음 봐와서 알지만 일본 축구의 가장 큰 특징은 미들이 강하다는 것이다. 중앙에서 볼을 단단히 점유하고 조직적으로 전진하는 스타일인데 막상 골문앞에 가면 그 아기자기한 패스를 받아 폭발적으로 쇄도해 들어가야할 공격수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참 맥빠지게 만드는 선수들 뿐이다. 최종적으로 책임을 질 선수들이 없다.

 

반면 북한 축구는 또 다르다. 북한 축구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강인한 체력이다. 거의 전 선수가 쉴새없이  움직인다. 보고 있는 내가 다 숨이 찰 지경이다. 반면 그런 부지런함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조직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기나 세련미의 부족이다. 이런 팀의 특징은 미들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앙에서 강한 압박을 잘 구사하는 팀을 만나면 뭘 해볼 겨를도 없이 무너진다.

 

간혹 저 만땅 조선 토종스럽게 생긴 인간이 일본인이었거나 일본으로 귀화하여 일본 국가대표 선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상상의 결과는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아시아 팀, 그리고 아시아권에서 가장 강한 국가대표팀은 일본일 것이란 결론이 난다. 물론 내가 일본 축구 선수들을 모두 아는 것이 아니니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본 경기속 정대세 선수의 실력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 축구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전설적인 타겟맨 스트라이커인 김도훈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비록 국적을 북한으로 삼고 있어서 국내에선 다른 재일 조선인 운동선수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그건 재일조선인들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재일조선인들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했던 곳은 북한이었지 우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땅 소유권 문제로 사라질지도 모를 '우토로'라는 유서깊은 재일 조선일 마을의  문제해결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나서겠다고 약속했으나 은근슬쩍 발을 빼려다 시민사회의 거센 항의때문에 마지못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기로한 것이 최근까지 재일조선인들에게 비춰진 우리 정부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번 쥐박이 정권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시간만 나면 공공연하게 '과거사 문제'는 덮어 두겠노라고 소리치고 다닌다. 과연 재일조선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물론 요즘은 재일조선인들 사이에서도 북한계냐 남한계냐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일본의 보수주의, 군국주의화에 발맞추어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이 대중적으로 선전되면서 북한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잇다고 한다. 단순히 치마 저고리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적대의 대상이 되는 일본에서 북한 국적까지 유지하기란 참으로 난망한 노릇이 되어가고 있고 심지어 남한 국적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남한이든 북한이든 국적을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고마워해야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이들은 그런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단순히 북한 국적이란 이유만으로 정대세 선수를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사상'을 들먹이고, '안전'과 '애국'을 들먹인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신념인 양 착각하고 남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안 하는, 심하게 말하면  '사이코 패스' 같은 약하게 말하면 '인지능력 부족'인 인간들이다.

 

어느 민족이건 재외동포들에게 고국이란 잘 살건 못 살건 상관없이 힘든 일이 있으면 찾아가 하소연할 수도 있고 하룻밤 마음놓고 자고 올 수도 있는 큰 집과 같은 존재다. 그런 큰 집의 역할을 해야할 우리와 북한이 참으로 못 나게도 반세기가 넘게 적대시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우리와 북한이 아무런 대책도 관계진전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못할 지언정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탄압과 배척의 대상이 되는 재외 동포들에까지 이념과 사상의 굴레를 씌워 내쳐버리는 못난 짓을 해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