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뜬 금없는 선거생각...

The Skeptic 2009. 5. 20. 18:54

애시당초 전민항쟁따위를 통해 정권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고, 지금같은 시기엔 더더욱 불가능하다.(주1) 결국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손에 쥐어진 것은 때마다 돌아오는 얄팍한 투표용지가 전부다. 그렇다고 그 의미까지 얄팍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에게 남은 권력이란 것 역시 그것뿐이지 않은가. 상황은 계속해서 열악해지고 있지만 결국 손에 가진 것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혹 아나?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다는 다윗의 기적이라도 일어날지.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은 늘 달걀로 바위치기지만.

 

아무튼 시절도 하수상하고 쥐박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모든 행정기관들의 수장이란 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예쁘게 알랑방귀를 뀌어볼까 고민중인 상황이다 보니 부질없지만 선거에 대한 생각만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다고 '글애! 바로 이 맛이야!'라는 식의 청순하고 참신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또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주장했고 나 역시도 그게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구를 없애고 모조리 '정당명부제'로 가자는 거다.

 

말하자면 인물 대결이란 말도 안 되는 지역구(주2) 경쟁구도를 폐기하고 당별로 얻은 지지표에 따라 의석수 뿜빠이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늘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표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고, 인물 경쟁을 하기 위해 지역구에서 헛지랄하고 돌아 다니는 멍청한 짓  안 해도 되니 선거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공약역시 정당별로 내놓기만 하면 되니 말도 안 되는 지역공약에 솔깃할 필요도 별로 없다. 혹여 나온다 하더라도 전체 공약과 엇박자가 있으면 당연히 다른 당에게 까질테니 속속들이 검증까지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상콤한 발상인가. 그래서 이게 내 아이디어가 아닌 거다.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인간들도 있을 거다. 뭐 그게 어떤 것들인지 내가 지적하고 싶진 않다. 어떤 결함을 들고 나오더라도 현행 선거체제보다는 백만배쯤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니까. 이 좋은 제도가 왜 시행되지 않는 걸까? 익숙한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이유다. 게다가 시골일 경우 더 심하다. 어차피 그런 동네 인물이란 게 지역토호에 불과하지만 그 하잘 것없어 보이는 권력이 그 동네에선 절대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네의 토호들과 유착을 하고 있는 중앙당이 그 특권을 버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쓰뤠기같은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할 작금의 정치 이익집단들이 그런 일을 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이 흘러가는 이상 선거는 정해진 때마다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또 매번 이따위 멍청한 짓을 해야 하는가라고 고민할 것이다. 그 지겨운 과정을 없애거나 혹은 줄여 보려면 지금이라도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기존 정치세력, 특히 지역색에 기대고 있는 이들에겐 기대할 것이 없으니 시민단체들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누가 깃발 좀 안 드나? 렬렬히 지지해줄 텐데...

 

 

 

주1)

역사상 이른바 '전민항쟁'에 비스무리한 형태로 정권을 바꾸었던 기록들이 있다. 역사 기록이란 것이 기록원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많으나 대개의 경우 결과는 실패였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말만 전민항쟁이지 사실상 특정 집단의 지도에 기인한 바가 크고 그 특정집단이 권력에 물드고 난 후 초심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겉 모양은 '전민항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전민'들이 확고한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란 사실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성향들은 단일한 적을 상대할 땐 문제가 안 되지만 그 이후 '논공행상'의 자리에선 극렬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이 경우 그 조율에 실패했고 그 결과 독재국가로 변질되거나 통제에 실패한 나머지 사분오열되었다.

 

어린 시절 학교 선배들이 '전민항쟁'이란 이야기를 떠들 때마다 콧방귀가 절로 나왔던 이유다.

전혀 리얼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그 모순.

 

 

주2)

어쩌면 (주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예전에 민주노동당에서 '지구당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실행해서 나름 지지를 받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 당시 내 생각은 '이 뭐 병* 헛소리!' 였다. 지구당을 없애면 도대체 지역의 문제점이 어떤 건지 어떻게 알겠다는 건가? 이건 단순히 정치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쑈에 불과한 것이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문제는 지구당이 아니라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