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황석영의 말장난

The Skeptic 2009. 5. 17. 18:44

'실용주의자'란 단어가 이 땅에서 가지는 사회정치적 함의는 사실 매우 서글픈 것이다. 일본제국주의 시절 제국주의의 충견으로 살았던 인간들을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 제국주의에 충성한 댓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재산조차 환수하지 못한 이후로 이 땅의 정치는 철두철미하게 왜곡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잡혀가고 투옥되고 고문당하며 심지어 살인당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에 그런 국가 몇 안 된다. 그 대표적인 두 나라가 바로 남한과 북한이다. 북한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떠드는 인간들의 의도를 항상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의 인권과 자유는 말하는 이들이 남한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선 철저하게 침묵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대한민국의 극우들의 정치적 지향에 복무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하는 인간들에 불과하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은 좌빨들이 아니라 딴나라 당과 뉴라이또다.

 

아! 기독교 역시 그 대열에서 빠지면 섭섭한 세력이다.

 

아무튼 이렇게 일그러지고 왜곡된 사상적 지형이 초래한 것은 극단적으로 하나의 사상만이 살아남은 세상이 아니라 그 어떤 사상도 쓸데없다는 무관심의 세상이다. 권력이라곤 가져본 적 없는 일반인들에겐 그저 모두를 동일하게 무시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권력을 소유한 이들의 입장에선 이런 정치적 무관심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치에 무관심한, 그래서 자기는 굉장히 쿨하고 멋지다고 착각하고 사는 인간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 한다.

 

그러나 어쨌든 민주주의 사회에선 표를 얻어야 한다. 그렇기에 모자라고 멍청하고 심지어 무식하기까지 한 국민들이 제일 좋아할만한 그리고 가장 안전해 보이는 모습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정확하게 그 지점에 '실용주의자'란 단어가 존재한다.

 

실제로 '실용주의자'란 단어는 아무런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 실체조차 불분명하다. 누군가 당신에게 '실용주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을 할텐가? 답하기 난망할 것이다. 이른바 가치중립적이라고 이야기되는 단어들이 대부분 그렇다. 만약 누군가가 '실용주의자'일 경우, 그는 필요하다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인 제도 역시 받아들여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땅에서 자칭 실용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그리고 했던 인간들치고 그런 인간들은 없다.

 

황석영이 쥐박이를 '중도 실용 보수'라는 말로 규정하는 행위 역시 그와 마찬가지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쥐박이를 그렇게 규정하는데 국민들의 이름을 참칭한 것이다. 단순히 쥐박이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며 선거에 나왔고 그 선거에서 당선되었으니 국민들이 그렇게 인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비겁한 변명이십니다! 

 

제 아무리 사회나 정치에 대한 지식이 없다곤 해도 명색이 글써서 밥벌어 먹는 인간이 이런 단순한 정치적 뉘앙스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큰 문제다. 그래서 어디 글써서 밥벌이나 제대로 하겠는가?

 

중도니, 실용이니, 보수니 하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꽃단장하고 엉덩이 살살 흔들어가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보려는 인간들이 하는 수작이다. 그 막걸리주고 고무신준다는 수작에 입 헤벌리고 좋다고 넘어가는 *신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넘어가도 상관없다. 결국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당신들이 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