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이 한창이던 때였다. 모 일간지에 사진 한 장이 실렸었다. 파업 노동자들에게 식수를 전달하기 위해 가족들과 사회단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공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사측 근로자(주1)들과 용역들이 막아선 장면이었다. 내 눈을 끈 것은 그들이 피켓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 중 가장 선정적인 문구는 이것이었다.
"물로 손 씻는다."
누구라도 그 상황을 언뜻 보면 '물이 충분하구나. 노조원 가족들과 민주노통 사회단체 사람들이 괜히 과장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사실 그건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 아마도 쌍용차 파업기간 내내 볼 수 있었던 가장 반인권적이며 가장 치졸하고 역겨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단지 물을 건네려고 오는 이들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왜 피켓을 들었는가?'라는 것이다. 물을 전달하로 오는 이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아니, 그들이 하고자 했던 것은 언론 플레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파업 노동자들이 흔히 말하는 귀족노조이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했던 것이다.
여기서 한번 반문해보자.
"당신을 손을 무얼로 씻습니까?"
글쎄 다른 사람들의 경우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주 특별한 몇몇 경우, 예를 들면 군대 혹한기 훈련이라든지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이고 평범한 상황인 경우 난 물로 손을 씻는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상황에서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할만한 당연한 행동을 마치 대단한 특권이라도 누리는 양 말할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손을 씻을 땐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인권이란 거다. 물론 지역적인 차이는 있을 테지만 지금 우리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 문제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쌍용차 근로자들은 그걸 특권처럼 이야기했다. 물론 그들의 의도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파업노동자들의 상황이 비참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적시한 그 문구가 내포하고 있는 바는 쌍용차 근로자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었다.
인권에 대한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태도, 역사상 모든 파시즘, 파시스트들과 전체주의, 독재자, 독재계급들이 가졌던 공통점이다.
개인적으로 노동자와 근로자라는 호칭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까끼 마사오가 하사하신 호칭인 근로자는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에겐 결코 적당한 호칭이 아니라고 본다. 아버지는 아버지라 부르고 형은 형이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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