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법 역시도 그것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가 아니라면 "정확히" 알기가 쉽지않다. 혹자는 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것 자체가 문제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법과 관련된 인사들이 지나치게 큰 힘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내 경우엔 후자엔 동의하는 편이지만 전자엔 동의하기 힘들다. 법이 복잡해지는 것은 세상이 복잡해지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도 사실 대책은 매우 단순하다. 법과 관련된 자격증을 많이 내주면 된다. 그리고 관리감독을 잘 하면 된다. 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특권화된다는 건 좀 그렇다. 법관이 무슨 금붙이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일반 사람들은 정확히 모르기에 위법행위를 심심찮게 저지르고 산다. 물론 알고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위장전입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 서민들중에도 위장전입을 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왜? 아마도 가장 많은 이유가 아파트 분양때문일 것이다. 실거래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분양을 받는 편이 언제든 더 싸기 때문이다. 요즘은 분양을 받기 위한 조건들이 더욱 까다로와졌지만 예전에도 주거지에 따라서 가점을 받거나 혹은 순위가 앞당겨 지거나 하는 경우는 늘 있었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위장전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꽤 될 것이다.
이런 경우도 위법한 행위지만 과연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위장전입을 하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을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싼 값에 집 한칸 마련해 보고자 함이다. 남조선 수도 서울의 평균 집값이 평당 천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그럭저럭한 벌이만으로 집 한 칸을 마련하기란 벅찬 노릇이다. 그나마도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경우까지 위법하다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좀 너무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같은 경우가 공직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재산이 몇 억이니 몇 십억이니 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재산을 불리기 전엔 일반 서민들과 별반 다를 것 없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 이루어진 위장전입에 대해까지 심각한 결격사유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그 시기를 넘어선 상황에서 벌어지는 위장전입들, 이를테면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든지 자녀를 좀 더 좋은 교육환경에 넣어주기 위한 행위따위는 생계를 위한 행위가 아니란 점에서 볼때 공직자로서 자질미달이라는 판단근거가 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새롭게 공직자로 이름이 거론되는 이들의 연령대로 미루어 볼때 그런 이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세대다. 물른 그런 이들은 애초부터 위장전입이란 행위자체가 자신의 경력에 있어선 안 된다.
쥐박이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강또라이가 들으면 '부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할 테지만 말이다. 난 아직도 강또라이가 말한 "부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문장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부자들을 차별하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거나 갖고 싶은 것을 못 갖나? 그렇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아닌게지.
p.s.
어쩌다 보니 생계형 위장전입이란 해괴한 단어를 만들고 위법행위를 옹호해주는 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원래 의도는 그런 건 아니었다. 목적은 공직자의 자질과 그것을 판단하기 위한 변별점을 생각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위장전입을 옹호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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