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외고는 폐지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늘린다고?

The Skeptic 2009. 10. 16. 01:09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외고는 공교육 체제를 허무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 고등 기술 학교가 아니라 대학입시를 위한 전문교육기관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고, 다른 일반고들과는 달리 입시를 통한 우수학생 영입이라는 특혜를 발판삼아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사실상 대학입학을 위한  지름길로 통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고로 외고입시를 겨냥한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외고가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대학입시에 문제가 있고 학벌을 위주로 하는 남조선의 쓰레기같은 문화가 문제라는 것은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사교육 시장의 일부 학원장들의 입을 빌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돈 잘벌때는 아무 말없다가 이제 와서 그런 소리하면 뻘쭘할 텐데. 아닌가? 아무튼 외고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온전히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다음 단계인 외고의 자립형 사립고 전환 때문이다. 어느 반편 찌라시 신문들은 자립형 사립고가 일정 내신 이상만 획득하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 추첨으로 입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좋은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쥐박이가 분에 넘치는 대통령질하겠다고 쌩쑈하던 시절부터 누누이 지적된 바지만 '자립형 사립고' 문제를 단순한 입학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사립대학들도 재정자립도를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살인적인 등록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자율이란 허울뿐인 이름과 개인의 사적인 소유라는 명분을 앞세워 각종 비리에 대한 관리감독도 미진한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각종 명분으로 지원금까지 받고 있다. 이것이 몇몇 사립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의 현실이다.

 

아주 똑같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준비나 조사과정, 혹은 기준조차 없는 상태에서 자립형 사립고를 허용한다는 건 결국 현재 남조선의 많은 사립대학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고등학교를 갖고 장사하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이거 아주 고약한 발상이다. 대학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남조선처럼 학력 컴플렉스가 유별난 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 장사치들에게 내주겠다는 거 아주 몹쓸 짓이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엔 '돈없으면'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는 집안 자제분들만 모이는 귀족학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위험한 걸 공교육 체제안에서 허용하겠다는 거 아무래도 멍청한 짓아닌가? 

 

애시당초 쥐박이가 자립형 사립고를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인 양 떠들때 부터 알아봤다. 

 

교육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사실 졸라 간단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든, 그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든, 어느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싶든, 돈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이게 쉽다는 게 아니다.이게 목표가 되면 된다는 거다.


쥐박이와 딴나라당이 죽고 못 산다는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을 하기 위한 기초적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해서 처음부터 모든 걸 다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더러 경쟁하라고 채찍질한들 경쟁이 성립되겠는가? 이 간단한 사실을 쥐박이나 딴나라당이 모를까? 모른다면 남조선 인민들은 사기꾼들에게 속고 있는 거고 알고 있다면 그들은 돈을 중심으로 새롭게, 그리고 심각하게 재편되는 계급사회를 건설하고 있는 중인 거다.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지지율은 올라간단다. 남조선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그리고 통계상으로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자들이 살고 있나 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 또 매번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