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아직 사회적 약자는 소수다. 그러나 미래에도 그럴까?

The Skeptic 2009. 9. 28. 00:56

"소수를 위해 행정이 뒷받침되기 힘들다"

서초구 우면동에 지어진다는 이른바 서민주택, 보금자리 주택을 짓겠노라고 선정한 자리에 살던 - 정확히 말하면 국가소유의 그린벨트를 무단점유하고 있던 - 주택들에 대해 강제철거가 이루어 졌단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보류 판정을 받은 주택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들에 대해서란다. 위의 말은 이 사업을 추진중인 서울시 산하 SH공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저 말과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은 여러 모로 참 재미있다. 사람들은 흔히 무단으로 국가소유의 토지를 점유했으니 강제철거가 마땅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들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은 토지가 아니라 그저 주택일 뿐이다. 허가받지 않은 곳에 무단으로 지어진 주택에 대한 보상이다. 그런 주택에 대한 보상금으로 과연 얼마나 주어진다고 생각하길래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걸까? 

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는다는 명분에 밀려 쫗겨나는 이들은 그 자리에 지어질 주택에 들어갈 돈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사유지 하나 갖지 못해 국유지에 손수 허름한 집을 짓고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위법행위를 비난하기 전에 국가와 사회란 조직이 그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담당 공무원이란 작자조차 저런 말을 따든다. 

그렇다. 어차피 남조선에선 '당분간' 사회적 약자는 소수일 것이다. 그런 소수를 위해 행정이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또 남조선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일반인들조차 그 의견에 동조하는 곳이 또 남조선이다. 그 법이란 것이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극적인 사실조차 간단히 묻혀지는 곳도 남조선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현재 남조선이란 국가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사회적 약자를 소수가 아닌 다수로 만드는 쪽이라는 점이다. 그 옛날 막스 할아버지는 그런 상황이 오면 노동자 계급이 일치단결하여 나라의 통치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더랬다. 그러나 현실은 아주 다르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오랫동안 그런 상황에 처했지만 그들에겐 두 가지 일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국가폭력이 강화되었든가 내전이 벌어졌든가.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라서 우리의 경우에 그대로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슷한 일은 벌어질 것이다. 당장 지금 현재만 놓고 보자면 전자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조금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자면 남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 중미는 제외한다. 그들은 아직도 미국의 영향력하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미래가 암담하니까 - 꼴통 배우이자 미국 극우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충실히 하면서 애국이란 명제 하나로 온 미국민을 무뇌아로 만들어 버렸던 레이건 당시 자행된 미국의 중남미 내정간섭 프로젝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무분별한 세계지배 전략의 후유증으로 미국경제가 휘청거렸고 그 결과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행력을 상당히 감소했다. 그리하여 많은 남미 국가들이 실질적인 정치적 독립을 이루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였던 당시 형성된 매판자본과 지배계급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통치권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민주주의란 게 그래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우며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시스템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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