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터넷 경험은 대충 이런 경로를 밟았다.
단순한 정보 검색 과정을 거쳐 게시판 테러 문화를 건너 웹진의 휘황찬란함속을 부유하다 혼자 투덜거리는 블로그의 시절까지 흘러왔다. 메신저는 하지 않는다. 그 옛날 메신저란 개념도 없던 시절 초기 메신저의 모델이었던 ICQ를 사용해 보았으나 멀티 태스킹을 강화해준다는 말과는 달리 주의력 결핍만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로 단 한번도 제대로, 본격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
아무튼 그 여정중 그래도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으며 보람이 있었다고 여기는 시절은 바로 게시판 테러와 웹진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웹진의 부흥과 그 웹진의 자유게시판에 몰려 들어 아웅다웅하다가 어디서 시비를 걸어오면 떼지어 달려가서 게시판을 뒤집어 놓고 오던 시절 말이다. 좋게 말하면 사상과 가치관 싸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테러다. 물론 난 전자쪽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쪽 손을 들어주지만.
그리고 뒤이어 인터넷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사실 그 이후로 난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엿보이는 사람들의 속성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 물론 여전히 인터넷이란 공간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 특히 남조선처럼 인간과 그 인간의 능력, 그 자체보다는 나이나 학벌, 성별처럼 변별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는 단순 구분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나라에선 더더욱 그렇다. 미네르바가 전문대졸자라며 개탄해 마지 않았던 극우꼴통 찌라시들과 기독교 원로라는 인간들이 그렇고 그들의 헛소리를 공신력있는 언론과 목사라는 특수직때문에 무조건 옳은 것이라 따르는 레밍떼들이 최근의 증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인터넷이란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이익이란 사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 최근에 그 중요한 원인중 하나를 알았다. 인터넷이란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이익을 얻기 위한 과정이 "너무나" 손쉽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이제 갓 시작하는 신출내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노력'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바로 그 <'노력'이란 과정을 희석시켜 버린다.>
과정이란 단순히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적,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아니다. 이후에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려주는 것이다. 고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결과이자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은 역설적으로 그 과정을 희석시킴으로서 인간을 일차원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인간에겐 의문도, 의심도, 호기심도 없다. 그저 질문과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할 뿐이다.
인터넷 황금기에 드리워진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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