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디스트릭트9] 차별, 그 너머에...

The Skeptic 2009. 11. 24. 16:16

<디스트릭트 9>

 

감독이 '닐 브롬캠프'란다. 응 맞다.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난 영화가 끝나도록 이 영화의 감독이 피터잭슨인 줄 알았다. 그래서 검색해 봤다. 79년생이란다. 어리다. 게다가 디스트릭트9이 첫 장편 영화라고 한다. 게다가 중요한 몇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출생지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이며 이 영화 이전에 6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사실상 디스트릭트 9의 축소판이란다.

 

음..... 그래도 이 난해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피터 잭슨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반지의 제왕'과 '킹콩'덕에 많은 이들이 피터 잭슨을 주류 영화의 적자인 양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은 정반대다. 피터 잭슨은 이른바 B급 무비의 적자다. 그리고 B급 무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관객에 대한 불친절과 무책임함이며 뒤집어 말하면 극대화된 주관성이다. '반지의 제왕'과 '킹콩'역시 피터 잭슨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 대중들의 그것과 일치한 매우 드문 결과일 뿐이다. 그외의 나머지 영화들은 일반적인 경우 대중들의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데 내 손모가지와 돈...... 걸어봐야 의미는 없겠구나.  

 

아무튼 그런 피터 잭슨이 고른 감독이다. 어느 정도 정서적인 부분에서 교류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간혹 B급 무비들에 대한 찬사와 헌신을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 나도 그런 부류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단 한가지 그들의 대중성 혹은 대중적 감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란 기대따위는 없다. 즉 그들이 비틀린 천재라서, 보통 사람들의 감성과 이성을 모두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서  그들을 조롱하는 B급 무비를 만든다는 견해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천재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저 아주 남다른 취향을 가진 인간들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피터 잭슨은 참 그다운 선택을 한 셈이다.  

 

영화의 배경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다. 공식적으로 아파르헤이트를 철폐했다곤 하지만 아직도 그 뿌리는 깊은 동네다. 영화의 직접적인 배경인 디스트릭트9 역시 현재 요하네스버그에 존재하는 흑인빈민구역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가는 사실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인종차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굳이 외계인이란 존재가 필요치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감독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그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이란 존재가 등장한다. 왜? 어떻게? 인간이 외계인으로 변해가는가는 결코 중요치 않다. 만약 그 사건에 대한 설명이 주저리주저리 달린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싸이파이 영화일 것이다. 물론 그 부분을 삭제한 것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주1) 중요한 것은 인간이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동안 다른 인간들이 그를 대하고 다루는 방식의 변화이며 이 영화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과연 그 시각에선 무엇이 드러나는 것일까? 외계인이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땐 약간의 공포감이 뒤섞인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추측과는 달리 별 것없는 존재임에 밝혀지자 그저 애물단지로 심지어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존재이니 분리 수용해야할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인간에서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은 외계인들의 생체인식 무기가 반인간 반외계인인 존재에게도 반응하고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대상이 된다.

 

결국 존재보다는 단순히 '쓰임새'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고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는 셈이다. 물론 그 '쓰임새'를 결정하는 가치또한 오로지 인간의 그것일 뿐이다. 그 인간들이 강력한 무기를 획득하기 위한 범지구적인 조직인가 동네 깡패 조직인가 하는 것은 상관없다. 외려 그들의 탐욕은 단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오심만으로 외계인 학살과 통제에 동참하는 용병들의 그것만도 못 하다. 그리고 영화가 우리에게 반문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과연 당신은 존재를 어떤 시각과 가치관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주1) 

인간이 외계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이유는 어쩌면 후속편과도 관련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후속작이 만들어질진 모르겠지만 만약 외계인들 역시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외모와 감정을 갖춘 존재들이었는데 우주선 안에서 모종의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영화속에 등장하는 외계인으로 변화해버린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뒤 그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후속작의 중요한 모티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 예상이 맞는다면 과연 그들은 인간들을 어떤 식으로 대할까? 영화 디스트릭트9의 상황이 역전된 모습? 디스트릭트9에 수용된 쓸모없고 귀찮은 존재인 지구인들 말이다. 음...... 졸라 재미있을 것 같다. 웬지 피터 잭슨과 닐 브롬켐프의 음흉한 미소를 본 든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