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Media

[Paper] 자기개발서

The Skeptic 2010. 3. 5. 01:12

교보문고에서 광고메일을 받는다. 그런 걸 받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닌데 가끔 날아오는 메일을 통해 새로 출판된 책들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한 편이다. 그렇다고 내 취향에 맞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는 것은 아니다. 내 취향에 맞는 책들은 사실 이제 헌 책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고 광고메일 속의 책들 대부분은 취미, 소설 그리고 이른바 자기 개발서들이다. 


취미와 관련된 책들 중 요즘 자주 나오는 것은 이른바 기행문들이다. 특히 유명한 여성 여행가나 아나운서 출신의 책들이 자주 소개되는 편이다. 물론 난 전혀 볼 생각이 없다. 낯선 곳에 관한 감상이란 매우 주관적인 것인데 그것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기행문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기행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이라기 보다는 '그 유명한 여행가, 아나운서 출신인'에 대한 일종의 선망, 혹은 그런 여유있는, 혹은 단순반복이 아닌 삶을 살 수 있는 그의 상황에 대한 선망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미국의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저명한 정치인인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이 한반도 남쪽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로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자기 개발서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책깨나 읽는(사실 아주 많이 읽는 다독가인) 어떤 이에게 얻어 들은 명언이 하나 있다. 


"금연과 다이어트와 자기개발서의 공통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처지가 처지니 만큼 그래선 안 되는 건데 그 말을 듣고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난 자기개발서를 그다지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 특히나 공병호라는 이른바 자기 개발서 작가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언젠가 누가 주길래 읽어본 그의 책은 언젠가 어디선가 최소한 두어 번은 얻어 들은 듯한(심각한 건 '본것'도 아닌 '얻어 들었다'는 것이다)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논리라고 할만한 것도 별로 찾기 힘들고 단순 사실 나열에 주석달아놓은 분위기였다. 


내가 아는 다독가들이나 현명한 이들의 경우엔 이런 식의 글을 쓰거나 심지어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쉽게 말하자면 쉽게 말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그렇게 말하기엔 버려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고 그 요소들이 그렇게 버려져도 괜찮을 만큼 소소한 것들이 아니란 판단들을 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엔 그게 참 속터지는 일이었는데 나이가 좀 들다보니 그 양반들이 왜 그랬는지 미루어 짐작은 가고 나름 이해하게 되더라. 


그렇다고 공병호의 지식수준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자기 개발서들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그의 책에서 지적하는 대로 산다면 남조선에서 갑부까지는 못 되더라도 빈한하게 사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조하건데 결코 갑부는 못 된다. 이건 남조선의 불행이면서 다른 한편 다행이기도 하다. 



p.s.

언제고 한번 다시 MBC의 백분토론에 나와주었으면 싶다. 그래서 개그맨이나 정치인이 아닌 사람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면 싶다. 물론 MBC의 사장이 죄박이의 측근으로 바뀐 상황이니 백분토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뭐 안 되면 죄박이가 대통령질 끝내고 난 뒤에 다시 만들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