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racism

민족, 민족주의

The Skeptic 2010. 8. 6. 15:13

어쩌다 보니 반민족주의자쯤 되는 글을 연달아 쓰고 있다. 아무래도 요즘 대한민국에서 민족주의 현상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일이 자꾸 벌어지다 보니 그렇게 된 듯 하다. 그렇다고 내가 민족주의를 배척하거나 민족 개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도 아니다. 말하자면 난 민족과 민족주의를 구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족은 사실 그 자체로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를 지칭한다. 그것이 비록 근대 국가의 형성과정을 통해 획일화된 측면이 있고 유럽의 식민지 구축 역사의 희생양이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선 많은 민족과 그 민족의 문화가 사라지거나 소멸직전에 놓인 역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민족은 인류가 간직한 그리고 전승, 발전되어야 할 수많은 문화의 책임성있는 담지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볼때 소중하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금 세기안에 사라질 인류의 언어가 100여 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그 뉴스를 보도하면서 예로 들었던 한 가지 사례를 보면 인도에 그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할머니 단 한 분이 돌아가심으로 해서 그 언어는 소멸되었다고 한다. 언어, 문화와 같은것은 결국 그것을 사용하고 유지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한 소멸할 수 밖에 없다. 그 소멸은 단순히 민족의 소멸이 아니라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의 소멸이자 인류의 위대한 상상력의 산물중 하나의 소멸이다. 그리고 진화론에 입각해 볼 때 다양한 문화의 소멸은 인류의 발전을 지체시키거나 퇴보시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민족이란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다양성을 그 성립배경으로 하는 민족이란 개념을 정치적인 매개체로 이용하기 위해 배타성만을 강조한 민족주의는 오히려 민족이란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역설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경향을 국가가 암묵적으로 방조 내지는 권장하는 경우다. 뒤늦게나마 '인종차벌 방지법'이란 것이 제정된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무사히 제정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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