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이미 하던 걸 자기가 또 한다고 새로운 방안이 되나? '통일세'라는 것도 그렇고 '통일방안'이랍시고 내놓은 것도 그렇고 반문하겠는데 대관절 다른 게 뭐가 있다는 건가? 내가 보기엔 달라진 것라곤 달랑 한 가지다. '통일 국가 체제'에 대한 부분이다. 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느슨한 형태의 통일 국가, 말하자면 연합이나 연방 식의 체제를 상정했다. 반면 죄박이는 이걸 '체제의 공유'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이건 현 상황에서 보자면 통일하지 말자는 선언과 다를 바가 없다. 전임 대통령들은 꼴통들(아! 남한에서 최초로 통일방안을 내놓았지만 노태우, 김영삼은 꼴통맞다)이어서 그런 말 안 한 줄 아나? 아니 그게 무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 공식적으로 못 박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체제 보장'이야말로 자신들이 핵무기를 근거로 미국과 협상할 때 내놓는 최우선적으로 내세우는 요구조건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정을 맺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경제원조 혹은 경제교류를 재개하더라도 당분간은 체제변화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미국 역시 비핵화와 자기들 기준에서 볼때 테러국가인 이란과 무기거래따위를 그만둔다면 '체제보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만 그런 게 아니라 공화당을 비롯한 역대 모든 정권들이 그런 길을 걸었다. 뭐 애시당초 통일이란 상황 자체를 상정하지 않는 이들이니 그럴만도 하다. 말하자면 현재 한반도의 통일은 평화 안착, 제한적인 의미의 경제 및 인적 교류 그 이상을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며 북한 핵처럼 불확실한 변수도 많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체제를 공유하는 통일 국가'란 표현은 현실성이 없다. 결국 이 말은 실현가능성보다는 국내정치 지형에 대한 정치적인 허세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자신은 역대 다른 대통령과는 다른 통일방안, 비록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까지 연상시킬 수 있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남한내의 자신의 정치적 지지세력에 대한 쑈를 벌인 것이다. 물론 한반도 통일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선 뭐라 장담하기 어렵다. 최종적으로 체제를 공유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것도 자명한 일이긴 하다. 단기적인 기간에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남한의 체제로 흡수되는 형태가 될 것도 거의 확실하다. 반면 현재 전 세계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장기적인 면에서 보자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남한이 이런 체제를 유지한 채라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엄청난 비극의 시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죄박이가 현실성이라곤 없는 통일방안을 늘어놓는 것이 한 편으론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뭐 어차피 쑈인데 이런 식으로 민감해질 필요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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