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 무섭나요. 그 과정이 무서운 거지." 영화 '전우치'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개 역할을 한 유해진의 대사. 죽음이 사실 뭐 그리 무섭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는가?'하는 것이지. 인생의 마지막 몇년을 병을 앓다가 괴롭게 죽는 가? 아니면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는가? 상갓집에서도 이런 과정상의 차이가 호상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던가? 예전처럼 몇 살까지 살았는가가 기준이었던 시절이 지나갔다는 말이고 바야흐로 양이 아닌 질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늘 자 뉴스를 보니 암 관련 질환자가 진료와 치료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난 이후엔 건강보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주변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나름 주워들은 것이 있다. 그 얄팍한 지식에 의하자면 대체로 치료후 5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발병한 부위에서 재발하지 않거나 전이가 되지 않는다면 일단 완치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 의학적 기준을 근거로 한 건강급여의 체계인 셈이다. 그러나 비록 내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 다소 지엽적일 순 있지만 주변에 암이 발병한 이후에 5년이 경과하도록 재발 혹은 전이되지 않은 분들도 꽤 있다. 그런데 그 분들 중 또 거의 대부분이 평균적으로 5년에서 10년 정도 후에 암에 걸려서 돌아가시더라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인 기준에서 볼때 완치 이후에 다시 걸린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비록 암이 직접적인 외부감염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라서 재발인지 새롭게 발병한 것인지를 판별하긴 곤란하지만 말이다. 다만 상황이 그렇다면 가능성은 양 쪽 모두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즉 긴 시간이후의 재발일 수도 있고 새로운 발병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양 쪽 모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미 한번 암에 결렸던 사람들에겐 5년이란 기간이 지나 완치라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들은 암이란 질병이 재발 혹은 발병할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 이들이니까. 그리고 모든 질병은 발병이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 때문에 건강보험공단과 국가에서 때만 되면 국민들더러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보라고, 공짜로 해주겠노라고 하는 것 아닌가. 친서민 정부를 표방한 죄박이에게 권한다. 사진기든 보좌관 하나 데리고 시장바닥 돌아다니며 괜히 이것저것 처묵처묵하는 사진 찍어대지 말고 이런 거나 제대로 해나가길 바란다. 하긴 아직도 국가가 주도하는 국민건강보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영리병원 도입을 포기하지 못한 인간 눈에 이런 게 들어올 리가 있겠나 싶긴 하다. p.s 그러고 보니 생각난 건데 이번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물망에 오른 전수희인가 하는 양반 참 웃기더만. 딸이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그 이후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서 시끄러웠는데 그걸 추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해명하는 와중에 자기 딸아이가 나라를 위해 헌신할 인재라는 소리를 했단다. 뭐 기사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 소리를 하며 울먹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더라. 글쎄다? 국적까지 포기한 사람이 자신이 포기한 국적의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라? 예외적인 경우 몇 가지를 알긴 한다. 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넘어갔던 시절이나 그 일본제국주의자들과 별로 다를바 없는 군바리 독재자들의 손아귀에 있었던 시절에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지긴 했다. 그렇다면 전수희라는 양반의 딸도 그런 경우인가? 뭐 아니라는 것쯤은 스스로도 잘 알테고. 아들이 아니니 국방의 의무도 없을 터이고. 솔직히 난 전수희라는 그 양반의 말을 믿어줄 수가 없다. 설령 그의 딸이 본의가 아닌 상황에서 국적을 상실했고 실제로 모국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전수희라는 양반의 입에서 나온 말과 그 양반이 그의 딸에게 시킨 행동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면 대한민국에서 좀 산다하는 사람들의 국가에 대한 헌신의 기준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길을 막고 물어봐도 그게 이해가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강남구나 서초구의 길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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