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대한 소고 2
실키님이 추천해주신 글을 읽었다.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시공을 담당했던 분이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남겨놓은 글이라고 한다. 원전과 방사능 누출 혹은 피폭에 관한 내용은 대충이지만 알고 있던 바였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부터 시공 심지어 관리에 이르기 까지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원전에 대해서 왜 신뢰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신뢰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깨우쳐 주었다.
기본적으로 난 책임감이란 것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때로 어떤 일에선 그런 성향이 너무나 두드러져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머뭇거리거나 포기하는 일도 더러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보다 더 오랜 기간동안 무의식적으로 몸에 밴 습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도 간혹 나도 모르게 일을 그르쳐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처음 원자력 발전을 반대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단지 그동안 그 이유를 잊고 지냈을 뿐이다. 사람들은 대충이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오염물질은 한 인간의 생애, 즉 평균수명을 넘어서는 시간이 흘러야만 비로소 안전한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조차도 노후하면 그저 거대한 방사능 오염물질, 심지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방사능 오염물질 건설 쓰레기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과연 누가 그 위험한 쓰레기들을 그 오랜 시간동안 관리할 것인가? 누가 그 막중하고도 위험한 책임을 질 것인가? 세상사 다 그렇듯이 어떤 일이나 지위가 처음에 부여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런 사명감과 책임감은 점차 옅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일이나 지위에 대한 세간의 관심까지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사명감과 책임감이 사라지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지게 마련이다.
물론 책임감과 사명감에 관한 세간의 일반적인 기준에 비하면 내 기준은 조금 더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실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엄격한 기준이 그리 가혹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기준에서 볼때 의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그 오랜 시간동안 그 위험한 일을 책임감있게 할 수 있을까? 결국 원자력 발전소 역시 우리 대에서 그 혜택을 누리고 책임은 우리의 후대, 즉 자식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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