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racism

손봉호과 정운찬의 딜레마

The Skeptic 2011. 3. 19. 17:11

손봉호과 정운찬의 딜레마

 

'프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모자라는 것 같다' 정운찬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정치인 정운찬은 실패한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왜 실패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정치적 신념에 관한 그의 무원칙함 떄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특정한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가 그 재능만을 잘 살려도 인정받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보통의 상식적인 국가>라면 아무 문제도 안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적이고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경제 분야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올바른 것'과 '필요한 것'에 대한 감각이나 시각을 갖고 있지 못 하다면 그의 이름과 획 하나 다른 정운천이처럼 '무식하면 용감한' 인간이 되거나 단지 자신의 필요나 이해관계에 따라 MBC노조편에 섰다가 딴나라당에 입당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엄기영같은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약간 곁다리지만 엄기영이나 정운천같은 인간은 사실 별 문제가 안 된다. 당장 눈앞에서 헛지랄를 하니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는 인간'이란 걸 스스로 증명한 상황이니 장기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를 야기할 인간은 못 되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운찬은 어떤 형태로든 그런 흐름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 같다. 뻘짓으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 뜨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그에게선 어떤 뚜렸한 정치적인 관점을 볼 수 없기에 정치적인 오판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의 스승 조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손봉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돈선고 파문이 인 대한민국 극우 파시스트 기독교의 총아인 한기총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때문이다. 이 단일 사안에 대해선 나 역시도 손봉호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간 그가 보여온 행보들을 보자면 나와 같거나 비슷하기 보다는 배치되는 부분이 더 많다. 이 문제 역시 정치적인 관점의 문제, 그리고 종교인 그것도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인과 '신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라는 관점을 견지하는 무신론자인 나의 건널 수 없는 차이일 수 밖에 없다. 무신론자에게 종교나 종교관이란 별로 신경쓸 가치조차 없는 일에 불과하지만 종교인에겐 세상을 살아가는 중심이다. 그 차이는 사실 굉장히 크다. 

 

정운찬과 손봉호. 별로 큰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이전의 딴나라당이나 죄박이와 그 떨거지들, 뉴라이트처럼 보수주의를 사칭한 극우 파시스트들과는 다른 의미의 보수주의자들에 속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 인간의 가치관이란 건 일관성을 갖기 보다는 비일관성을 갖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점에서 볼때 이들 역시 개별 사안에 따라 편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사안 즉 한기총을 둘러싼 손봉호의 입장이나 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상생정책을 주장한 정운찬의 모습은 보수주의자의 그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그들이 그 차이를 구분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대한민국에선 그런 것을 제대로 구분해내고 자신의 포지션을 확고히 한 보수주의자들이 없었다. 물론 이 역시 비정상적으로 편향된 구조에서 기인한 바가 크지만 그런 일그러진 구조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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