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그러니까 말하자면 경제학 입문서쯤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말하는 이유는 그렇다. 읽기는 편한데 책 두께에 비해 크게 남는 것은 없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최근에 나오는 책들의 경향이 죄다 그런 식이다 보니 그렇게 큰 흠결이 아닐수도 있지만 앞서 소개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본 직후에 보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중간중간 쉬어가는 재미있는 페이지도 만들고 경제학자들의 신변잡기스러운 이야기도 첨삭해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소비자들을 위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그렇게 변죽 올리는 거 싫어한다. 안 그래도 세상살이라는 게 단도직입적이기 보다는 변죽을 올리는 일이 더 많다.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참 짜증스럽다. 하다못해 그런 변죽이 인간관계를 나아지게 만들기라도 한다면 좋겠다만 거의 절반 이상은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없는 일을 책에서까지 봐야 하겠는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2만 5천원짜리 양장본인 이 책의 주요내용만 다시 수록해서 책을 내라면 페이지 수가 절반정도로 줄어들 것이고 굳이 양장본으로 나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1994년판이 있다. 가격도 개정완역판이란 2만 5천원짜리보다 엄청나게 싸다. 인터넷 서점 가격으론 7~8천원대다. 별로 권하는 바는 아니지만 굳이 읽겠다면 개인적으론 개정완역판이라곤 하지만 군데군데 비문과 오타도 등장하는 비싼 책보다는 차라리 판형은 오래되었지만 싼 책을 추천하는 바다.
두번째 흠결. 미국에서 경제학 강의를 한 사람이란 이력이 붙으면 일단 조금 조심하고 볼 것이 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에 세계적인 단기 투자펀드로 유명한 타이거 투자 펀드의 경영이사였다고 한다. 이력이 이쯤 되면 그의 경제적 사상이 어떤 것인지 유추해볼 수가 있다. 그 때문일까? 책에서 저자는 다른 경제학자들에 비해 유달리 케인즈나 칼 막스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심지어 칼 막스의 경우엔 경제학이 아닌 정치적 행위에 대한 평가까지 내린다. 그 평가란 게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미국 하이틴애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상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제목과 전문서라기 보다는 교양서로서, 그리고 제법 술술 읽히도록 만들어진 상업서로의 가치는 인정해줄 법 하지만 인터넷에 흔히 돌아다니는 리뷰어들 중 일부가 이 책에 대해서 '경제사'나 '경제사상사'로서의 가치를 들먹이는 것에 대해선 동의해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정치적 편파성이란 점에서 보자면 입문서로서도 부적격이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 책 역시 어쩌다 보니 우연찮게 손에 들어와서 읽은 거다. 누가 돈주고 사보라고 했으면 '넣어두라'고 했을 거다. 장하준 교수 책도 아직 다 못 보았는데 무슨 이런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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