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김건모 그리고 '나는 가수다'
신해철이 김건모의 재도건 수락에 대해 '찌질한 것이 아니라 처절한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나 역시 공감한다. 제한된 인원이 참가하는 순위제 프로그램에서 탈락이란 프로가수들에겐 불명예고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는 건 원칙적으로 사실 그리 나쁜 제도는 아니다. 따라서 한때는 국민가수란 칭호를 달고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이가 재도전 의사를 수락한다는 건 그 자체로도 상당히 불명예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걸 참고 재도전을 하겠다는 거, 처절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순위에 대해 노래가 아닌 퍼포먼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건 농담이라고 해도 지나치다. 그건 가수들의 노래를 판단하러 모인 판정단들이 노래가 아닌 퍼포먼스에 눈이 팔려 순위를 결정지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문제는 판정단 전원에게 그것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란 점이다. 물론 사람은 변명을 하는 존재다. 그러나 변명에도 기본적인 예의란 게 있는 법이다.
아무튼 난 김건모의 재도전 수락이 처절한 것이란 신해철의 견해에 동의한다. 다만 이상한 건 왜 신해철이 그것에 대해서 언급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애시당초 모든 논란은 제작진의 성급한 규칙개정때문이었다. (물론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재도전은 가수들을 섭외할 당시 '구두로 합의된' 형식이었다 한다. 그것을 김제동이 제작진에게 상기시켰고 부랴부랴 제작진은 새로운 규칙을 만든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것이다) 가수들에게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좀 시답지 않은 변명을 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고 그 이유를 알았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똑같은 사건 사고들이 '인재'라는 이름을 달고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그 책임을 사람에게 돌리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지라고 말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도 똑같은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건? 구조와 시스템이 잘못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구조나 시스템상의 잘못이나 오류보다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익숙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밖에 모른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과정상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사람에게 지워서 그것이 시정된다면 나도 바랄 것은 없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과정상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과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이다.
죄박이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세상이 갑자기 달라질까? 아니 그렇지 않다. 임기 초반 낙하산 인사로 KBS와 MBC 두 공중파 방송국을 장악하고 YTN을 굴복시켰다. 요즘은 금융 공황을 겪은 미국조차도 폐기하기에 바쁜 거대은행 제도를 밀어붙이면서 그 자리에 꼴통 강만수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짓거리를 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이를 앞세워 언론의 친위부대인 조중동에게 종합편성 채널을 몰아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죄박이가 물러난다고 세상이 좋아질까? 내가 장담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건 생각이 깊지 않은 초딩들이나 하는 짓이다.
'Paper+Me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MC몽 (0) | 2011.04.12 |
---|---|
나는 가수다 - 정엽 탈락, 그래도 난 정엽이 좋다. (0) | 2011.03.31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0) | 2011.03.26 |
<정의란 무엇인가?> (0) | 2011.03.26 |
'나는 가수다' - 긁어 부스럼 (0) | 201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