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학력과잉

The Skeptic 2011. 4. 28. 02:40

학력과잉

 

대한민국은 명백한 학력과잉 사회다. 농담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들이 재학기간중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응시료내고 TOEIC시헙을 볼 거다. 그러나 그들 중 회사에 들어가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을 하게될 사람은 정말로 극소수일 거다. 이건 과잉 현상이다.

 

최근에 물건을 사려고 가게엘 들어간 적이 있다. 내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려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선 손님들이 젊은 외국인 부부였다. 게다가 영미권 출신도 아니어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편도 아니었다. 점원이 잘 못 알아듣자 외국인 부부는 난감해했다.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도와줄까 싶어서 다가가려는데 내 옆에서 우는 아이 하나를 업고 천방지축 가게 안을 돌아 다니려는 아이 하나를 꼬옥 붙잡고 애를 쓰던 젊은 아줌마가 이렇게 말했다. 

 

"그 물건을 박스가 아니라 따로 살 수도 있느냐고 묻는 거에요."

 

그 사건(?)이 벌어진 것이 화요일, 당시 시간은 오후 2시경. 그 시간에 동네 마트에 애 둘을 데리고 나타난 젊은 아줌마. 확실치는 않지만 정황 증거(?)상 전업주부라고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런 아줌마가 영미권 출신도 아니어서 자신들조차 영어가 서툰 외국인들이 하는 영어를 알아듣는 나라. 좋게 말해 국민 개개인의 능력이 우수한 거고 효용성이란 관점에서 볼때 과잉인 거다. 그런 사건은 내가 경험한 것만 해도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경험한 편의점 사건도 그런 예다. 물론 당시 아르바이트 생은 대학생일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일개 편의점 직원이 영어와 일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도 있다는 건 사실 무척 놀라운 일이다.

 

여행을 즐기시는 울 엄니께옵선 여느 대한민국 아줌마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미국이란 나라보다는 유럽을 더 선호하신다. 미국이라곤 LA에 한 번 가보셨지만 유럽 쪽은 우리 나라 사람들중 절반정도는 들어보지도 못 했을 체코까지도 다녀오셨을 정도다. 그런 엄니께 그런 일을 말씀드리면 늘 따라 나오는 이야기가 유럽의 젊은 점원들에 대한 불만이다. 일단 영어를 전혀 못 하고 심지어 계산도 얼마나 느린지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란다. 그러나 하루종일 가게를 지키며 계산이나 하는 따분한 일이다. 젊은 애들일수록 견디기 힘들것이 뻔하며 당연히 일에 대해서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울 엄니가 여행을 다녀오신 유럽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뒤떨어지는 곳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서유럽 쪽은 영국과 아주 작은 영토를 가진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우리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낫다. 게다가 거의 매년 발표되는 국민 1인당 생산성 통계 역시도 우리보다 좋다. 결국 우리가 고학력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사실상 학력과잉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2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실제로 현실적인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일단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현실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정작 더욱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에 등장한다. 

 

"과연 그렇게 큰 경제적 이익을 얻어도 될만큼 대단한 일을 하는가? 혹은 그럴만한 자격인가? 도대체 왜?"

 

두번째 이유는 출신과 관련된 정실주의 때문이다. 앞서 선거와 관련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출신과 관련된 정실주의, 즉 다른 출신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 행위, 피부색이 다르다는 선천적인 이유로 차별을 가하는 인종차별주의와 다를 바 없는 바로 그 차별이다. 웃기는 건 이건 학력과 관련된 차별이 아닌 단지 출신 학교가 어디인가 하는 학벌과 관련된 차별이란 점인데 불행하게도 이런 차별도 사회생활하다 보면 많이 겪게 된다. 그리고 알다시피 모든 차별의 궁극적인 모습은 결국 경제적 차별이다.  

 

학벌에 의한 차별과 학력 혹은 학벌에 의해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경제적 이익분의 문제. 이 두 가지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든지 아니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를 보든지 하지 않는 다면 학력과잉에 대한 답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