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 요즘 누가 록을 들어?
나가수가 처음 시작했을 무렵 윤도현이 했던 말이다. 맞다. 요즘 누가 록을 듣는가? 그저 단순한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말은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에겐, 혹은 그 중에서도 일부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서운한 말이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기분이 울적하게 고양되는 미묘한 상태(무척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그럴 때가 있다)일때면 록을 듣는다. 그 때만큼 '레드 제플린'이 그리운 때가 없고 '들국화'가 '시나위'가 그리워지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간혹 펜타포트에 '블랙홀'이 라인 업에 포함되어 있으면 가보지도 않을 거면서 괜시리 기분이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적어도 내 고딩 시절부터 대딩 시절을 감싸고 돌던 음악이 록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그리고 그 기억들안에 임재범도 있다. 내가 처음 나가수에 등장한 임재범에 대해서 '아쉽다'는 소리를 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 자신이 이미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부르든 나름대로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가수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 그는 록커이고 록을 할 때의 그가 가장 멋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나가수에서 임재범은 그걸 보여 주었다. 나는 록커라고. 장르의 우열을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록이 내 원초적 감성의 한 부분이란 이야기다. 다른 것들보다 먼저 마음이 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가수 무대의 임재범은 개인적으론 조금 별로였다. 대북과 국악을 연상시키는 창법을 구사하는 피처링이 들어간 무대. '요즘 누가 록을 들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무대는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무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무대는 이미 80년대부터 한국 록 씬에서 꾸준하게 시도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난 그런 무대를 선호하지 않는다. 혹자는 꽤 잘 어울리고 록과 국악의 상승작용이 상당하다고 찬사를 보낸다. 나 역시 그런 점에 대해선 굳이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단지 난 국악의 그런 면이 강조되는 것이 싫을 뿐이다. 그렇다고 동요마냥 밝기만 한, 좀 더 신랄하게 표현하자면 80년대 군바리 독재 시절 모든 가수들의 음반에 꼭 들어가야만 했던 이른바 건전가요같은 그런 분위기도 싫다. 그럼 대관절 네가 좋아하는 게 뭐냐고?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나가수 무대중에 그런 무대가 있었다. 바로 BMK의 '그대 내게 다시'였다.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던 지난 무대의 BMK는 그야말로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선곡을 했다. 그리고 그것도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이번 BMK의 무대는 그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편안하고 유유하게 그러나 제법 굴곡진 골을 따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렇게 굴러가는 노래. 고음과 저음이 난무하는 드라마틱한 무대는 아니지만 중음의 매끄러운 결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국악은 그런 게 훨씬 더 많다. 단지 우리에겐 우리의 음악이면서도 지나치게 박제화되고 대상화된 국악이 우리의 음악인 양 알려졌을 뿐이다. 분명히 그건 비극이다.
임재범의 무대가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BMK가 7위를 했다는 것도 유감이다. 어쩌면 지난 무대보다 훨씬 더 좋은 무대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가 나가수를 순위때문에 보는 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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