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영업점 폐쇄
보도는 이렇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영업점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SC제일은행이 파업이 계속될 경우 월요일부터 43개 영업점을 일시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사만 놓고 보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영업점 폐쇄라는 의미다. 그런데 난 이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제일은행은 2005년인가에 영국의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에 인수된 바가 있다. 그리고 그 이후 2007년에 37개 영업점을 폐쇄한 바가 있다. 그리고 올 3월인가에도 27개 영업점을 5월까지 폐쇄하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영업점은 400여개라고 한다. 이미 폐쇄된 영업점들을 제외한 숫자다. 말하자면 스탠다드 차터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래 이번 폐쇄(물론 일시적이란 단서가 붙어있긴 하지만)까지 합하면 107개다. 즉 스탠다드 차터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고 6년만에 영업점 수가 20%정도 줄어든셈이다.
혹자는 인터넷 뱅킹과 같은 거래 수단의 증가로 인해 오프라인 영업점의 중요도가 많이 줄어든 탓이라고 하지만 거래 행태 변화는 SC제일은행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은행들이 영업점 수를 대폭 줄였다는 보도는 접한 바가 없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영업점 수를 줄여도 괜찮을 정도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거나 혹은 그렇게라도 비용을 줄여야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은 아닐까?
만약 맞다면 이번 영업점 폐쇄 통보는 단순히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손을 터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외국계 자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면? 정치적인 방법론 차원에서 보자면 손을 털고 나가기 위한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SC제일은행은 국내 금융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서 법적인 처벌과 함께 금융당국의 요주의 대상이 되어 있기도 하다.
좀체로 수익은 나지 않는데 영국 본사의 입김이 작용한 혐의가 강한 사안은 불법으로 처벌까지 받게된 상황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P.S.
한 편으론 이런 식으로 몸집을 줄이는 행위가 손을 털고 나가더라도 대한민국 경제계에 끼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란 점에선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판돈을 늘리기 위해 몸집을 너무 불리면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을테니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와중에서 또 고통받는 것은 제일은행 노동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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