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지 롹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KOXX라는 밴드가 출연했다. 최근의 음악을 거의 안 듣다 시피한(이 말은 곧 내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겐 '일렉트로닉 개러지 롹'이란 장르는 참으로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개러지 롹'이란 것도 처음 듣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이게 무슨 음악적 차이때문에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없는 살림살이에 음악은 하고 싶은 애들이 집 차고같은 곳에서 빈약한 악기들로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펑크'와 비슷한 태생을 갖는 단어인 셈이다. 말하자면 음악적인 차이가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 혹은 음악의 분위기 같은 것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할 것이고 당연히 매우 자의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대체로 이런 식의 분류법이란 건 주로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언론에서 만들어낸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정식명칭화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시 확실한 구분법이라고 보긴 조금 그렇다.
그나저나 KOXX의 연주는 꽤 신선했다. 나 역시 '개러지 롹'에 대한 다분히 자의적인 구분법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사운드가 지저분해야 한다. 차고에서 하는 음악이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소리로 들린다는 건 이상하니까. 그리고 너무 헤비하면 또 곤란하다. 차고라고 해봐야 어차피 집 차고일 터인데 그런 곳에서 '싹 죽자!'라며 달린다면 어머니께 맞아 죽기 십상이니까. 지저분하지만 너무 무겁진 않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흔히 서양에서 개러지 롹이라고 소개하는 밴드들의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굳이 개러지 롹이라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AC/DC수준의 롹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오히려 내 귀엔 우리나라 밴드 '불싸조'가 더 개러지 롹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기준이긴 하지만 일단 난 개러지 롹이라고 불리려면 연주에 비해 보컬의 능력이 떨어져야 어울린다고 믿는 사람이다.
KOXX의 음악은 그런 개러지 롹의 분위기에 일렉트로닉, 쉽게 말해 전자음이 가미된 형태였는데 전자음이 가미되니 아무래도 사운드나 멜로디가 더 풍성해져서 볼륨감이 느껴지더라.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어본 것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안 들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뭐라 더 덧붙일 말은 없지만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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