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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조정특집

The Skeptic 2011. 8. 7. 03:44

무한도전 조정특집

 

나는 '무한도전'을 본다. 동시간대에 다른 예능 프로들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난 자동적으로 무한도전으로 채널을 맞추고 있다. 재미가 있건 없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냥 보는 거다. 재미가 없거나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다음엔 더 재미있겠지'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TV프로그램, 리모콘이 등장한 이후로 TV프로그램의 충성도라는 것은 한낱 허울에 불과해진 경우들이 많다. 드라마나 스포츠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재미가 없다면 당장 버림받게 마련이다. 때론 그런 관계들이 지나쳐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들도 많았었다. 그러나 요즘 예능 프로들을 보면 그 과정들을 겪으면서 일정한 경계선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줄 하는 능력들을 갖게 되었다. (주1) 그리고 사실 그런 과정을 온전히 겪은 프로그램이 또 무한도전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조정특집처럼 폭풍감동을 안겨주는 꼭지마저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우습지만 '남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무한도전 조정특집은 그야말로 폭풍감동이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정형돈의 재발견이다. 예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캐릭터로 설명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아닐지라도 우린 그것보다는 캐릭터로서의 인물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처럼 오랫동안 고정된 출연진이 나오는 경우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때론 대체 어디서부터가 작위적인 것인지조차도 애매할 지경이다. 

 

그런데 가끔 캐릭터가 아닌 본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 오늘 무한도전 조정특집에서 본격적으로 콕스를 맡은 정형돈의 모습이 그러했다. 팀원들간의 호흡을 조정하고 배의 방향을 잡아주며 돌발상황에 대처해야만 하는 위치인 콕스의 역할. 정형돈은 놀라우리만치 그 역할을 잘 해냈다. 내가 놀랐던 것은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도 그렇게 쉽지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픙조가 만연하면서부터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물론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사회가 지나치게 조직화되면서부터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조직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이든 성인 남성들중 대다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 대해서 분석, 판단하고 장단점을 나누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과 같은 행동 전혀 하지 않는다. 그냥 하던대로 하는 것이고 심지어 새로운 일이 맡겨져도 별다른 고민없이 대충 처리한다. 그래놓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욕을 먹고도 못 알아차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니 도망가는 피의자에게 총을 발사할 수 있다는 무지몽매한 총기관련 매뉴얼같은 게 나올 수 있는 거다. 불행히도 그런 사람들중 절대 다수는 그 함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겐 분명히 조직화와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조직화를 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이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선 곤란하다. 전문가도 필요하고 조직화와 매뉴얼도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불행히도 현재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런 인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아니면 그런 이들이 '생각없는 사람들'에 밀려 정작 자기 자리를 못 잡고 있거나 둘중의 하나다.  

 

 

주1)

물론 옷차림이 조금 짧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가사에 '술'이 들어갔다는 이유도 청소년불가판정을 내리는 이들의 눈에야 뭔들 성에 차겠는가마는. 그 동네 늙다리들은 실연을 당해도 술 한방울 안 마시고 바로 방긋방긋 웃으며 활기차게 사는 사람이 정상이라고 보는 거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상식적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건 두 종류다. 실연의 상처가 너무 커서 미쳤거나, 아니면 애시당초 그냥 미친 넘이거나. 

 

난 외려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의 심리상태가 더 우려스럽다. 지극히 당연한 감정의 흐름조차도 부정하는 이들이 정상일까? 난 아닐 거라고 본다. 그런 감정 상태 혹은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바닥을 기는 이들이 권력을 갖는 것이 사회전체에 이득이 될까? 난 그 반대일 거라고 본다. 최저임금을 받아서 '황제의 밥을 먹었다'는 헛소리나 지껄이는 이들이 한 나라 국회의 제 1당 국회의원이란 현실. 그게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