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 - 그러니까 난 아무래도 연주곡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웠던 예선을 지나 이제 조와 코치가 정해진 본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올라가는 밴드와 탈락하는 밴드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환희와 아쉬움을 어떻게 갈무리하는 가가 또 난감한 일이 되었다. 첫 방송은 그 난감함을 어떻게 이겨가야 하는지를 잘 풀어냈다.
치열한 예선을 이기고 올라오긴 했지만 어차피 실력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16강에 올라갈 밴드가 누구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16강부터는 사실 그마저도 용이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본선진출자들의 실력은 예상이상이었다. 이미 마음속으론 16강 진출자가 정해진 상황이었지만 '아! 저 밴드를 탈락시켜야 해!'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김도균조는 라이밴드와 제이파워 밴드가 선택되었다. 제이파워의 진출은 예상했던 일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성향상 이 밴드는 유력한 우승후보다. 그러나 BBA와 파티메이커, 라이밴드는 사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적인 선택을 하라면 BBA지만 불행히도 이들에겐 통상적인 밴드의 느낌이 나질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때 빅밴드야말로 모든 밴드의 가장 시초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상당한 마이너스일 것이다. 결국 라이밴드의 개성이 선택된 셈이다.
노브레인조는 애초부터 아이씨 사이다와 브로큰 발렌타인의 강세가 유력했다. 그런데 번아웃하우스의 선전이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예선전 당시 번아웃하우스는 이렇다 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 밴드였다. 그런데 자작곡을 연주하면서 그들만의 색깔이 뚜렸해졌고 그것은 톱밴드에서 개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이씨사이다의 그것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탈락은 아쉽지만 번아웃하우스가 이 날 보여준 공연이상의 것을 보여주긴 힘들 수도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눈길을 끈 밴드는 블루오션이다. 애시당초 가족밴드라는 다소 밴드외적인 요인이 상당한 플러스로 작용했다는 것은 익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본선에선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다. 탈락이 당연한 결과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밴드의 길이 어렵다는 건 결국 밴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온 가족이 손잡고 야구장을 찾아야 프로야구가 발전한다는 말이 거젓이 아니듯이 밴드에 대한 관심역시 그런 것이 필요하다. 실력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탑밴드드란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의 밴드중 하나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만약 오늘 탑밴드에 출연한 밴드들이 여전한 대중적 무관심속에서 사라지더라도 이들이 모두 가정을 꾸리고 가족밴드를 만들어 간다면 밴드 음악의 큰 힘이 될 것이니까.
P.S.
탑밴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악기라도 하나 제대로 좀 배워놓을 걸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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