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탑밴드, 마지막 8강전. 네 밴드가 등장해서 경연을 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번 8강전이 그동안 내가 보아온 탑밴드 프로그램들중 가장 실망스러웠다. 톡식을 제외한 나머지 밴드들이 모두 기대이하였기 때문이다. 이전 8강 밴드들의 경연도 사실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서서히 참가하는 각 밴드들에게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stay. 미안하지만 이 밴드는 사실 예심때의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연주를 하는 밴드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연주는 그 결정판이었다. 공연곡은 전영록의 '불티'. 그런데 공연을 보는 내내 과연 원곡과 무엇을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마디로 그냥 밋밋했다.
라떼라떼. 글로리아 에스테반의 노래 'conga'를 부른다고 했을때 난 기대감이 무척 컸다.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하지 않은 그냥 발랄하기만 한 라틴 곡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 예외적으로 글로리아 에스테반은 꽤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내가 느낀 것은 발랄하기만 한 라틴 곡이라고 해서 결코 쉬운 음악은 아니라는 당연하고도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모든 연주가 서로 겉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제이파워.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대체로 이랬다. '연주만으로 보면 가장 훌륭한데...' 그리고 그 뒤로 몇 가지 지적들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그 지적 역시 연주, 사운드나 밸런스와 같은 지적이다. 사운드와 밸런스에서 문제가 있는데 연주력만 보면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물론 개개인의 연주능력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고 사운드같은 부분은 단순히 기술적인 조절만으로도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연주의 한 부분이다. 그것은 심사위원들이 스스로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제이파워는 4강에 진출했다. 전적으로 대진운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토너먼트제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난 여전히 시청자 문자투표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청율을 높여보기 위한 궁여지책일 수도 있겠지만 난 차라리 전문심사위원단제를 부활하거나 심사위원단의 숫자를 더 늘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라떼라떼와 제이파워의 4번째 경연에 대한 봄여름가을겨울의 평가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예심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지만 난 여전히 봄여름가을겨울, 특히 김종진의 평가에 대해서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라떼라떼와 제이파워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평가, 특히 봄여름가을겨울의 평가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톡식과 2stay의 경연에 대한 시청자 문자투표의 지나친 쏠림 현상도 그리 마뜩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음악팬들의 대중적 취향이 갑자기 변화한 것이 아니라면 톡식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톡식이란 밴드의 음악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그들이 그동안 언론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된 밴드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탑밴드. 아마추어 음악인들, 게다가 대한민국 음악판에서 여전히 소수자인 밴드문화. 이것은 다른 오디션 혹은 경연프로그램들과 탑밴드가 다른 결정적인 이유다. 굳이 대중성에 목을 매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밴드들, 코치들, 심사위원들의 진실성만으로도 충분히 흘륭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아직도 그렇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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