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선거라는 게 그렇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이건 완전경쟁이다. 승패가 명확하게 갈린다. 게다가 군사독재라는 대한민국의 불행한 근현대사가 낳은 악습중 하나인 승자 독식의 역사은 지극히 반민주적이고 몰상식한 발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뿌리가 깊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정치판에선 오로지 승리를 위해 온갖 모략을 일삼는다.
웃기는 건 이런 정황때문에 피선거권자로서 선거에 발을 담근 사람은 그 진흙 싸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불행한 건 이런 현상을 보며 정치인들만 욕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요즘 선거판에서 튀어 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런 말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그렇다. 만약 내가 당사자라고 해도 차마 부끄러워서 할 수 없는 몰상식하고 반논리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걸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한다. 물론 딴나라당 애들은 원래 그 수준이었다.
아무튼 왜 그런 짓거리들을 할까? 불행히도 그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몰상식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자꾸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그게 또 그런 것처럼 들린다는 사람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첫 이야기만 기억한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A가 말로는 정직을 외치면서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산대."
"정말?"
"응. 그렇대."
끝.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그 사람이 왜 거기에 사는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지, 심지어 능력이 되서 거기에 산다는 데 왜 문제가 된다는 건지, 그렇게 따지면 강남 살면 다 나쁜 넘들이 되는 건지 같은 이야기들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단지 거기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부도덕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
선거철만 되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꽤 오래전에 죽은 어느 유명한 그러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스러운 정치를 갖게 된다'고. 이거 꽤나 점잖은 표현이다. 좀 더 까놓고 말하면 이런 거다. '지금 당신 혹은 우리가 사는 곳의 정치판 수준이 바로 당신 혹은 우리들의 수준이다'라고.
나경원이의 물불가리지 않는 폭로전이 이어진 뒤에 지지율 격차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게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치수준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수준이기도 한 거다.
P.S.
아이들은 배움도 적고 경험도 적다. 그래서 몰라서 무식하다.
그런데 어른이란 작자들은 배울만큼 배웠고 경험할 만큼 했으면서 단지 생각하기 싫다는 이유로 무식해진다.
'현실은 늘 시궁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 정치인? (0) | 2011.10.26 |
---|---|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0) | 2011.10.22 |
정교분리 (0) | 2011.09.26 |
남조선 개신교 - 그 퇴행의 역사 (0) | 2011.09.02 |
무식한 놈이 칼든 게 제일 무서운 거다. (0) | 201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