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인종차별과 변명

The Skeptic 2012. 2. 13. 19:11

인종차별과 변명

 

루이스 수아레스, 올 시즌 리버풀의 주력 공격수로 등극한 우루과이 출신 선수다. 그리고 최근엔 인종차별 논란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경기 도중 맨유의 에브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그 행위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제재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흔한 이야기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선수들조차도 종종 하는 실수다. 물론 이런 행위가 '실수'로 인정받기 위해선 '사과'라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경로를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수아레즈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한 변명은 고작 '우루과이에선 그 단어가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영국과 유럽에선 그것이 인종차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가 그런 발언을 한 곳은 영국이다. 당연히우루과이와는 의미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과했어야 옳다. '우루과이에선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데 이 곳에선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난 그것을 몰랐다. 실수고 사과한다.' 깔끔하지 않은가? 

 

그런데 수아레즈는 뒷 부분을 생략했다. 심지어 다시 경기장에서 만난 에브라와의 악수조차 거부했다. 개인적으로 유추하자면 수아레즈가 대단한 인종차별주의자여서 그런 행위를 한 건 아닌 걸로 보인다. 확신범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으니까. 그는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너무나 크자 어쩔 줄을 몰라하는 인간처럼 보였다. 즉 상황판단이 안 되는 거다. 이런 경우에도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물론 그런 실수를 반복하기엔 사안이 너무나 민감했다. 

 

그런 거다. 낯선 상황에 직면한 인간은 그 상황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거짓말과 변명이 등장하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뒷탈이 없을 만큼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 인간은 극도로 드물다는 거다. 자기는 그런 게 가능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인간이 못 된다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지 변명과 거짓말이 아니다.  

 

실수에 대한 어줍잖은 변명이나 거짓말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마련이니까. 

 

강조하지만 자기가 그런 인간, 궁지에 몰려도 그럴싸한 변명과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믿지 마라. 그런 인간 정말 드물다. 세상엔 영악한 사기꾼보다 평범한 착한 사람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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