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기이하다고?

The Skeptic 2012. 3. 25. 14:12

기이하다고? 

 

<'홈.원정 반반?' 기이한 한국야구 응원문화>

 

데일리안의 김윤일이라는 기자의 글이다. 많은 스포츠 기사들이 그런 것처럼 허접하다. 한국야구 응원 문화가 기이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오로지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볼때 사뭇 다르다다는 것 떄문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걸 '기이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다른 건 그냥 다른 거지 기이하다거나 이상한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 다름을 기이하다고 느낄 수 있을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그냥 '외국과 다르다'는 것 뿐이다. 단지 외국의 응원문화와 다르다는 것이 기이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는 건 대관절 무슨 의미일까? 

 

일본이나 미국의 프로야구 응원문화가 전 세계 야구 응원문화의 산업표준이라도 되지 않는 한 이건 성립되지 않는 주장이다. 그도 아니라면 기자가 외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거나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냥 기삿거리가 워낙 없다보니 본의아니게 무리를 한 결과일 것이다. 

 

'홈/원정 반반'의 응원문화는 결코 기이한 게 아니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자면 우리 나라 고교야구는 예나 지금이나 그런 방식으로 응원을 한다. 일본의 아마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응원문화가 프로야구에서도 통용되는 이유는 우리만의 지리적 특성 탓이기도 하다. 홈팀 응원이 원정팀 응원보다 더 강력하게 위해선 무엇보다도 지리적인 차이가 큰 몫을 차지한다. 즉 지리적으로 홈팀 관중은 홈팀 야구장을 찾기가 편하다. 반면 응원팀의 경우엔 그렇게 하기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응원하는 팬들의 숫자가 차이가 나고 그것은 응원의 힘 차이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엔 그 거리차이가 그렇게 큰 문제가 안 된다. 서울에서 부산이라고 해봐야 기차타고 몇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지리적인 차이가 응원팀의 힘 차이로 연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지역적인 특성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수도 서울이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많이 쳐줘봐야 고작 30년이다. 게다가 그 급속한 팽창을 채운 것은 수도 서울에 사는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이라기 보다는 지방 인구가 서울로 유입된 결과다. 쉽게 말하자면 나이 40줄의 어른들 중 많은 수는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이들일 확률이 높다. 그 상황에서 지역연고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당연히 서울의 인구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팀을 응원하게 마련이다. 서울의 경우 상황에 따라 홈팀보다 원정팀 응원이 더 강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홈/원정 반반'이란 응원문화는 기이한 것도 아니고 당연한 결과물인 것이다. 만약 기자가 한국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거론하고 싶었다면 이런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당연히 염두에 두었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기사는 '기이하다'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응원문화와 그 배경'이란 기사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랬다면 납득하기 힘든 외국과의 단순비교를 근거로 한 허접한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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