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다.
주말 2연전을 시작으로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개막하고 1주일 정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시범 경기를 통해 상당히 예열을 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본 경기와 시범 경기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1주에서 2주정도는 냉정한 전력보다는 의외성이 지배할 확률이 높다. 그런 와중에도 '역시' 싶은 팀이 있었으니 바로 와이번스다. 개막전 4경기를 이리저리 돌아가며 보다보니 정신이 조금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시즌 중반 정도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팀이 있었는데 바로 와이번스였다.
딱 시즌이 한창일 때 와이번스가 승리하는 공식 그대로의 경기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조인성이 주전급 포수로서 안착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박경완의 부상이 아직 나아지지 않았고 그 여파로 역시 부상이 많은 정상호, 겨울을 지나고 나면 둘중 하나는 돌아올 것이고 그 때면 조인성은 지명타자로 배치될 줄 알았는데 아직 두 명의 포수 모두 돌아오지 못한 상황에서 얼결에 좋은 보험을 들어둔 꼴이 되었는데 그냥 땜방도 아니고 어느 팀에 가도 주전급인 보험이었다. 그런 시나리오도 예상은 했겠지만 그래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 터인데 대박이 터진 것 같다.
반면 '아! 이제 드디어 프로야구 개막이구나!'라는 걸 가장 실감하게 해준 팀은 바로 이글스와 자이언츠였다. 잘 한다고도 그렇다고 못 한다고도 하기 힘들었던 양 팀의 경기, 그러나 개막전 4경기중 가장 재미있었다. 류현진의 개막전 죽쓰기는 올 해도 여전했으며 작년 시즌 말미부터 이어온 이글스의 똥줄 태우기 신공은 올 시즌 초반까지는 계속될 듯 보인다. 당분간 자이언츠와 이글스, 트윈스의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할 듯 하다.
히어로즈는 나날이 발전하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올 시즌도 상당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특히 새로 2루수로 나서고 있는 서건창의 모습이 놀랍다. 1군 경기에서 보기 힘들던 선수인데 수비는 거의 베테랑 급 안정감을 보여준다. 게다가 경기 말미에 등장한 신인 투수 한현희, 공의 움직임이나 제구력은 일단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 문제라면 그외의 다른 측면일 터인데 아직 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9회 2아웃 이후에 일부러 타자를 걸러 보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자를 1루에 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연습하고 벤치에서도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게 궁금했는데 다음 타자가 눈치없이 초구를 건드려 맥없이 내야에 띄우는 바람에 보지 못 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작년 시즌 중반부터 베어스가 보여 주었던 모습이 오늘 경기에서도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안타는 쳐내지만 점수는 나지 않고 잔루만 쌓인다. 찬스는 만들지만 졈수로 이어지진 않는다. 타선의 집중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만성화되어버린 것일까? 첫 경기니 섣부른 짐작을 할 필요는 없지만 작년과 패턴이 너무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