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책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힐링'이란 단어가 난무하며 '멘토'들은 또 왜 이렇게나 많은 걸까? 물론 좋은 의미로 해석해줄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 어렵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엔 세상은 이제 너무 작아져 버렸고 획일화되어 버렸다. 초딩들의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요 교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 역시도 좋게 해석하자면 좋게 해석해줄 수 있다. 사람들이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뜬 금없는 희망같은 것이 난무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현실적이 된 것일까? 요즘 차고 넘치는 것이 멘토들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중 몇 명이나 멘토라는 자격을 갖추고 있을까?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멘토링이란 것은 고작 해야 '열나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전적 자아도취가 대부분이며 기업체 출신 인사들의 멘토링이란 건 좋은 말로 해봐야 '기업가 정신'일 것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대개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 이상의 생각을 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니까.
그나마 나은 멘토라면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성공한 자신이 세상이나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능력을 발휘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조차도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은 해주지 않는다.
"왜 당신이 상처받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가?"
중요한 건 이거다. 제 주변만 아는 어설픈 멘토들이나 그저 용기를 북돋워주는 멘토들은 당신을 수렁에서 건져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그 수렁을 메울 수 있는지, 그래서 다시는 그 수렁에 다른 사람들이 빠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하고 중소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며 인건비를 아끼겠다고 비정규직 채용만 늘리는 재벌 출신 인사들이 사람좋은 웃음을 띄고 앉아서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것들에게 해주는 말들이 어떤 것일 거라고 보는가?
사실상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회적 문제들 때문에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할 이들에게 멘토링을 해준다고? 글쎄다. 과연 그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어떤 말을 하든 스스로 민망하지 않을까? 물론 그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멘토를 자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 자체가 얼마나 모순적인 행동인가를 알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그들에겐 <그런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서 <그런 능력>이란 타인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들은 그런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떠드는 인간이 정작 타인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지금도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런 것과 같은 거다. 그게 아니라면 '난 직접적으로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일 게다.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수십억을 들여 용역깡패들을 동원하면서도 내가 때린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에 급급한 인간들에게서 과연 무슨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단 한 가지다. 구름먹고 바람똥 싸는 것같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인간적으로도 성숙했다거나 사회를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증명은 아니다.
가장 좋은 멘토? 그건 바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적어도 사회적 성공이란 허울을 뒤집어 쓴 싸구려 삼류 속물들에게 멘토라는 이름으로 사기를 당하는 것은 막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고 그건 멘토라는 나부랑이들에게 기댄다고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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