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 레이스와 포스트 시즌은 다르다. 페넌트 레이스는 장기전이고 포스트 시즌은 단기전이다. 단기전의 특성상 베테랑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어스의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를 1군에 올리지 않았다. 비록 이제 갓 1군에 자리잡았지만 한 시즌을 함께 버텨온 선수를 백업으로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하며 결과와 상관없이 난 김진욱 감독의 그 결정을 존중한다.
반면 준플레이오프 경기내내 그가 보여준 초보감독의 모습에 대해선 불만이 있다. 포스트 시즌은 단기전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그야말로 마지막일 수 있는 경기다. 이 말은 곧 페넌트 레이스와는 달리 그야말로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경기라는 의미다.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그런데 김진욱 감독은 최선이 아니라 무리를 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야구는 포지션이 매우 명확한 편이다. 즉 포지션에 한 번 특화된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1루나 포수는 주로 같은 팀 선수가 던지는 공을 받는 포지션이다. 때문에 서로 포지션 교체가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투수가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힘껏 던지는 공과 야수가 잡아서 1루수에게 던지는 공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좌익수나 우익수 역시 마찬가지다. 볼이 날아오는 방향이나 휘어져 나가는 방향도 완연히 다르고 내야와의 연계플레이도 달라지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계투로 나서는 투수는 눈앞에 닥친 위기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어떤 투수든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한다면 강판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 팀 전체와 승리를 목적으로 삼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할 일이다. 불펜 투수들 역시 그런 감독의 명령이 질책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비록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이긴 하지만 포스트 시즌들어 부진한 홍상삼을 계속해서 기용한 것은 상당한 무리였다. 사람에 따라서 이런 식의 믿음 표현이 자신감이 아니라 부담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며 특히 상황에 따라선 자신감으로 받아 들였다가도 부담감으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누차 강조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개는 바로 승리다. 자신의 실수로 두 경기를 날려버린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홍상삼을 이후에도 계속 등판시킨 것은 무리였다.
니퍼트는 분명 올 시즌 리그 최고급에 속하는 투수다. 그러나 시즌중에 단 한번도 중간 투수로 등판한 적이 없는 투수기도 하다. 이건 최선의 시도가 아니라 무리한 시도다. 중간 투수로서 검증이 안 된 선발투수를 중간에 내보내기보다는 조금 불안하더라도 불펜을 모두 가동하는 것이 더 정상적이며 최선의 선택이었다. 불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선발투수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차라리 불펜 경험이 있는 노경은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마무리 프록터로 연결라는 것이 더 무난하고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응원하는 팀의 가을야구가 오늘로 막을 내린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김진욱 감독에 대한 내 평가는 여전히 좋다. 선발진과 포수라인은 여전히 안정적이며 심지어 내야진은 내년에도 여전히 쓸만한 선수들로 포화상태를 이룰 전망이다. 외야 역시 새로 가세할 선수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문제라면 불펜진인데 분명히 많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올 시즌보다는 확실히 나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 어떤 의미로 보자면 올 시즌 베어스는 소리소문없이 성공적인 리빌딩을 끝낸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
이제 올 시즌이 끝나가는 마당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일지 모르지만 올 시즌보다는 오히려 내년 시즌이 우승에 더 가까운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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