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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전달 문제.

The Skeptic 2012. 11. 23. 02:38

이희준이란 배우가 있다. 얼마 전 상영을 시작한 '전우치'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더라. 그리고 그 전엔 '넝쿨째 글러들어온 당신'이란 드라마를 통해 상당히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난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다 '전우치'라는 드라마를 한 번 보게 되었다. 


이희준은 연기를 꽤 잘 하는 배우다. 적어도 그가 단막극에 출연하는 경우엔 그랬다. 나는 그가 출연한 두 개의 단막극을 보았고 상당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거슬리는 점이 하나 있다면 대사를 처리하는 호흡이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단막극의 특성상 배우들의 대사가 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단막극에서 꽤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연속극같은 드라마에선 연기력 논란을 낳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은 역시 단순한 경험의 문제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 즉 기초적인 발성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금방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희준의 경우엔 그 부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게 단순히 호흡이 불안정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아예 대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모르는 것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긴 대사를 처리하는 경우 자신의 호흡에 맞추어 대사를 나누어 처리해야
 하는데 이걸 아예 할 줄 모르는 것인지 정확히 알긴 힘들었다. 두 경우 모두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조금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호흡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대체로 신체적인 문제인 경우고 이런 경우엔 약간의 훈련이나 치료를 통해서 금방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라면 이건 문제가 크다. 이건 배우로서 아예 기본적인 발성에 대한 소양조차 부족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자신이 맡은 대사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전달하는가조차 모르는 이를 배우라고 부른다는 건 웃기는 일이니까. 

사실 TV드라마엔 이런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온다. 특히 아이돌 가수출신 배우라는 이들에게 이런 증상은 거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둘 중에도 이런 부분을 제대로 고쳐나간 이들은 그나마 배우라는 소리를 듣지만 아직도 그 지점에서 헤매는 이들같은 경우엔 솔직히 왜 캐스팅을 하는지 짜증스럽기가 그지없다. 조금만 대사가 길어져도 숨을 헐떡이며 대사를 씹어드시면 나처럼 그런 부분에 예민한 사람은 참 짜증스럽다. 

문제는 그런 이들만이 아니라 배우라 불리는 이들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는 거다. 최근 SBS의 '내 사랑 나비부인'이란 드라마의 남주인공 역을 맡은 박용우가 그렇고 KBS의 '넝쿨째 굴러 들어온 당신'이란 드라마의 남주인공이었던 유준상 역시 그렇다. 두 드라마 모두 여주인공 캐릭터부터 드라마가 전개되는 상황까지 꽤나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결국 보지 않게 된 이유도 실은 이 두 배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우는 또 앞선 경우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이 신인급 배우들도 아니고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죄다 섭렵한 배우들이다. 그런 이들이 도대체 왜 이런 기초적인 문제들을 노출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 이들의 문제는 호흡의 문제도 대사전달 방법의 문제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자기가 맡은 대사를 제대로 못 외우는 것 같다. 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 하면 당연히 대사자체가 툭툭 끊어지는 것처럼 나올 수 밖에 없다. 난 그게 심히 거슬리는 사람이고. 

물론 TV 드라마는 영화와는 달리 완성도보다는 제작스케줄에 더 영향을 받는다. 대사를 잘 외우지 못 해서 발생하게 되는 대사전달의 문제, 연기력의 문제같은 것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난 그간 이들이 영화에서 TV드라마보다 나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난 지금도 왜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전히 주연으로 캐스팅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