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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앨리스' 흥미로운 드라마.

The Skeptic 2012. 12. 2. 03:13

'청담동 앨리스' 그러니까 순전히 문근영이 나온다고 해서 봤다. 심지어 다른 출연진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봤다. 그나마도 언제 하는지 제대로 몰라서 중간부터 보긴 했지만 말이다. 앞으로 보게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큼은 맞다. 죄박이 정권 들어선 이후 KBS나 MBC보다 오히려 SBS가 공영방송에 더 가깝다거나 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더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무척 이상한 일이지만 말이다. 물론 그 중의 제일은 여전히 EBS지만 말이다. 


'한양쇼핑센터' 그러니까 청담동 앨리스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옛날 이름이다. 즉 지금의 갤러리아 백화점은 과거 한양 아파트 단지내 상가였다. 중고딩 시절에 그 쇼핑센타 지하 식품부에 친구들이란 간식먹으러 자주 갔었고 그 이후에 백화점으로 문패를 바꿔단 이후에도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자주 들렀던 곳이다. 한양쇼핑센터가 갤러리아 백화점이 되는 그 과정이 어쩌면 남한의 자본주의 역사가 걸어온 역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양쇼핑센터이던 시절만 해도 그 곳은 그저 모든 면에서 편리한 쇼핑의 공간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그 건물의 모든 층을 오고가는데 별다른 위화감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백화점이란 문패를 달고난 이후 난 그 건물의 1층 커피점과 지하식품부이외의 공간에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물론 쇼핑이란 행위 자체가 내겐 너무나 어색한 행위란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니까 청담동 앨리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이 아니라 상품에 대해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저건 대체 뭐하는 병신같은 짓?'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과 같은 거다. 참을 수 없는 어색함이란 면에서 상품을 존대하는 것과 쇼핑은 내겐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리고 결국 결정적인 변화가 도래하는데 그것이 바로 명품관의 등장이다. 지금은 갤러리아 백화점 건물 두개가 사실상 모두 명품관이 되었다고 하는데 처음엔 청담동쪽에 가까운 건물만 명품관이었고 두 건물 모두 명품관이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차이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처음 명품관이 들어섰을 때만 해도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 건물 자체가 애시당초 같은 갤러리아 백화점이란 인식 자체도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까 명품관이란 것이 존재하긴 했지만 대중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 흔히 알고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은 그 당시만 해도 '그냥'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인 변화의 도래는 역시 두 건물 모두 명품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즉 그냥 백화점과 명품관이 존재하던 시절엔 명품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도 현저히 낮았다. 때문에 그냥 백화점이 오히려 더 대중적인 소비패턴이었으나 지금은 명품조차도 대중화가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청담동 앨리스란 드라마를 통해 드러난 명품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은 명품을 그저 '값비싼 마데 인 차이나 제품'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내겐 꽤 신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신기한 이야기를 알아듣는 이들이 많으니까 대중적인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명품이란 것이 대중화가 되었다는 것일 게다. 


물론 그것이 대중화인지 그냥 대중적 착각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공업용 컷팅기계의 커팅날로는 유용하지만 그 외엔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던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팔아먹기 위해 드비어스란 보석회사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란 마케팅을 시도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도 마케팅의 역사를 가르치는 책에선 가장 성공적인 예중의 하나로 가르칠 정도다. 그런데 적어도 난 다이아몬드의 가장 큰 가치는 공업용 커팅 기계의 커팅날일 때라고 보는 사람이다. 



P.S.

보석이란 걸 접할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건 금이 보석으로 대우받을 때다. 사람들이 금을 보석으로 다루지 않았다면 금은 인간들에게 훨씬 더 유용한 금속이었을 텐데 말이다. 최소한 금값이 너무 올라서 금대신에 안 좋은 재료로 이빨을 때우는 일은 줄어들 텐데 말이다. 그 기준에서 보자면 가장 값진 금속은 아마도 알루미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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