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같은 공통주거 주택에서 층간 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세상사 모두 그렇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고 각 방법마다 적절한 상황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또 그 와중에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란 것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파트 경비실을 통하는 것이다.
대부분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이런 문제들의 특징은 문제를 유발한 사람과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는 차이가 큰 경우, 감정적인 문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리고 알다시피 감정적인 접근은 문제를 더 큰 문제로, 주로 인격적인 문제로 확장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정도 단계에 이르면 사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기고 지는 문제가 되고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경비실을 통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경비실은 기본적으로 제 3자이기 때문에 문제를 감정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적고 설령 어느 일방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용이하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체로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지만 때론 다른 방법이 더 적절하기도 하다는 말이다.
남양유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연일 화제다. 예상과는 달리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역시 꽤 활발한 편이다. 물론 이는 유제품이란 시장 자체가 경쟁체제라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대체재화가 충분하다는 점, 그리고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매시장이란 점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원자재, 중간재 시장같은 경우는 소비자들의 영향력이란 것이 개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청부살인을 저지르고도 감옥이 아닌 병원에서 호의호식한 영남제분 사장 마누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직접 대응이 힘든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거래업체로 알려진 롯데와 농심 제품을 안 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난 할 생각이지만.
아무튼 남양유업 이야기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매우 적절하고도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행위의 여파가 엉뚱한 곳에 먼저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의 제품이 안 팔리면 당장 손해를 보는 건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대리점들이다. 소매점들은 대체제를 팔면 그만이자만 대리점들은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당장 매출과 소득에 악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을 통해 망한다 치자. 대리점들은 당연히 망할 것이고 남양유업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그러나 그간의 불공정 거래와 횡포를 통해 부를 축적한 남양유업 일가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을 것이다. 불행히도 남한이란 나라에선 이건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가진 자들은 늘 이런 식으로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고 넘어갔으며 죽어나는 건 그들과 연관된 일반인들 뿐이었다.
대책은 없는 걸까? 아니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이를 어길 시 소유주와 경영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는 공적인 권력, 주로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더 알기 쉽게 말하면 그동안 남한의 재벌들이 온갖 비리와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면서 제 배를 불려오면서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국가 권력이 그것을 비호해준 탓인 거다. 이미 70년대부터 남한 시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해온 '정경유착'이 여전하다는 말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매우 단순하다. 재벌들의 횡포를 그냥 넘어가주지 않을 국가권력이 들어서면 된다. 쉽게 말하면 진보정당 혹은 노동자 정당, 좌파 정당이 정치 권력을 잡으면 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새누리당은 애초에 자격조차 없으며 얼치기 진보인 민주당도 자격 미달이다. 남는 건 통합진보당(비록 전근대적 행보를 보인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새누리나 민주당보다는 백배쯤 낫다), 정의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녹생당등이다.(주1)
문제는 다들 알다시피 이 정당들이 정치 권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화를 내고 영남제분 사장 마누라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분노하지만 정작 그 문제를 가장 담백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이건 앞서 언급한 상황, 잘못을 저지른 재벌과 소유주들은 별 피해를 입지 않고 그 밑에서 열심히 일한 일반 국민들만 서로서로 죽어나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거다.
주1)
안철수도 상당히 유력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단지 정당을 거론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제외되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안철수의 정치적 지향이 모호하다는 비판내지는 악의적 비난들도 있지만 글쎄다? 안철수보다 더 명확한 정치적 지향을 보이는 정당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남한 정치판에서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정당은 녹색당과 사회당정도가 아닐다. 나머지들은 그냥 비슷한 수준들이다. 그리고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순적이라는 건 자기가 모순적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선 일종의 유연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모순적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와 지나친 순결주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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