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난 표절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이번에 논란이 된 건 로이킴의 '봄봄봄'과 어쿠스틱 레인의 'Love is canon'이란 곡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애초에 로이킴이 이 노래를 내놓았을 당시에도 똑같은 곡과 표절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이 노래가 표절논란이 되었을 때만 해도 사실 난 별로 큰 관심은 없었다. '표절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유? 단순하다. 난 그 노래가 별로고 로이킴의 노래 자체가 별로다. 신인가수라곤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하기만 한, 언젠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듯한 노래들인데다가 심지어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도 않는 장르라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문제는 그 당시엔 별다른 이슈가 되지도 못 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게 새삼 다시 논란이 되는 중이란 사실이다. 대관절 그동안 무슨 변수가 발생한 것일까? 내 취향덕에 거의 흥미를 끌지 못한 신인가수의 표절 논란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거다. '왜 다시 논란이 되는 것일까?'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즉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자기가 만든 노래라고 뭔 노래를 불었는데 그 노래의 일부분이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만든 노래랑 비슷하다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더랬다. 당연히 시비걸만한 사안이고. 그랬더니 로이킴은 그걸 시인했단다. 문제는 그 시인하는 방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거다. 만약 그게 그렇게 불만이라면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이란 이름을 외쳐 주겠노라고 했단다. 누가 봐도 빈정거리는 거다. 뒤늦게 무슨 말을 더 보탰는지 아니면 사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그가 한 발언은 사과가 아니라 빈정거리는 거다. 그 정도도 구분못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하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같은 노래의 같은 표절 논란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거의 유일한 변수가 아닌가 싶다. 문제가 여기서 출발한 것이라면 사실 표절논란이 중요한 게 아니다. 로이킴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표절이든, 샘플링이든, 레퍼런스든 다른 가수의 노래중 일부분을 분명하게 인용한 상황이고 본인도 그것을 인정했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한 대처는 거의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 수준이다. 대중들은 그게 마음에 안 든 거다. 그리고 여전히 로이킴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표절논란은 사실 늘상 논란에서 머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애시당초 표절이라고 판정하는 기준 자체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론 예전엔 표절만 심사하는 기관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기관조차도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논란만 양산하다 사라진 걸로 안다. 문제는 그렇게 된 상황이 표절이란 족쇄를 풀어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절과 관련된 논란을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표절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사람, 기관은 사라졌지만 반대로 누구라도 표절을 주장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게다가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발달은 그 논란을 엄청나게 증폭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 와중에도 말도 안 되는 표절 시비는 자체적으로 걸러진다는 점이다. 즉 대중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은 그만큼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표절을 확신하기란 쉽지 않다. 나도 간혹 샘플링이니 레퍼런스니 하는 단어들을 들먹이지만 미안하게도 나조차도 그것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만 있을 뿐 실제 사례를 통해 그것들과 표졀을 구분하라고 하면 아주 난감, 아니 거의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사실은 세상엔 그 쪽 업계에서 밥벌이를 하지 않을 뿐 그 쪽 분야에 대해 정통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다. 그리고 역시 그들에 의해 말도 안 되는 표절 논란들은 조기에 진화되는 편이다. 적어도 인터넷이란 공간에선 말이다.
누구나 들을 수 있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은 그런 점에서 보자면 매우 긍정적이다. 적어도 자기 머리로 판단하고 주장하며 나아가 스스로 실수나 잘못을 시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흔히 전문가라고 거들먹거리며 타인의 생각과 입을 아예 막아 버리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 연속적인 의사표시들이 순환되는 과정에 가수나 작곡가들 역시 포함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적어도 그런 점에서 보자면 로이킴의 대응방식은 아주 멍청했다. 그렇다고 뭐 내가 그를 딱하게 여길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난 표절이라고 보는 쪽이고 표절이란 이의제기에 대한 대응조차 형편없었다고 보니까. 뒤집어 말하자면 '이 정도가 욕을 안 먹는다면 대관절 어떤 사례가 욕을 먹을 수 있겠는가'가 내 생각이다.
앞머리에서 이미 밝혔지만 로이킴의 노래들은 솔직히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노래를 골라듣는게 아닌 경우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나 그에 준하는 가수들의 노래들이란 상황탓에 본의아니게 그의 노래를 거의 다 들어보았지만 돈내고 듣고 싶다든지 다시 들어보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그의 노래를 좋아할 것이다. 즉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그런 노래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선 그런 노래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그 가수가 오랫동안 가수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이렇게 꼬아버리면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을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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