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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와 해병대 캠프 사고.

The Skeptic 2013. 7. 19. 21:27

남한은 남녀차별 성향이 매우 강한 나라다. 단지 태어나보니 고추달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남한에서 남성은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누린다. 자주 강조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떻게 따져도 정말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렇다고 남성과 여성이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우열을 따지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건 이제 그리 신기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이야기다. 그런데 여전히 남한에서 이걸 받아 들이지 못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남자들, 왜 그럴까? 단순하다. 인간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누리려고 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남자로 태어났는데 살아보니 그 이유로 얻는 혜택이 꽤 짭짤하다면? 대부분은 사람들은 그걸 스스로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그것이 아무 근거도 없는 특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여기게 된다. 


게다가 그런 차별이 심한 나라일수록 그런 차별을 합리화하기 위한 각종 헛소리와 제도들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남한에선 그 정점에 바로 군대가 있다. 이미 안보라는 것이 단순히 군대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자명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최근 예능 프로그램중의 하나인 '진짜 사나이'고 역시 얼마전에 벌어진 해병대 캠프 사고다. '진짜 사나이'가 방영된다고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난 단 한번도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그 프로그램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예전 우정의 무대와 다를 바가 별로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른바 전우애라는 것이 포커스인데 문제는 그게 중딩내지는 고딩 남자 색희들의 눈물나는 우정이란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그런 류의 감정에 대해서 비판적이지 못하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 왜? 이런 류의 감정은 같은 경험(이 경우엔 고생)을 공유함으로서 갖게 된다는 일종의 동료애다. 그런데 다른 종류의 동료애들에 비해 이게 큰 의미가 없는 건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 고생이란 것이 실제론 별다른 고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생은 바로 밥벌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상황이 가장 버겹다. 경제적 문제에 대한 고민따위 할 필요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고생은 제 아무리 힘들어도 밥벌이에 미치지 못 한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겪는 고통이 힘들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당연히 힘들 거다. 그건 나이가 어려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나 시각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 해서 겪게 되는 심리적 혼란과 맞닿아있기에 무척 힘들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타어나면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는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로 매우 힘든 경험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힘든 경험이지만 흔히 회자되는 이른바 성장통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런 경험들은 한 인간의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고통들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그야말로 진정한 고생, 밥벌이와 그 밥벌이를 둘러싼 수많은 인간관계와 금전관계로 인해 겪게될 수많은 심정 물적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성장통이 굳이 군대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군대라는 곳을 거치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선 군대를 거치지 않고도 좋은 어른들로 성장한다. 오히려 남한이란 나라는 애시당초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닌 군대라는 곳에 그런 역할까지 맡겨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남한에 말도 안 되는 군대식 문화가 넘쳐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성장통을 거쳐 어른이 되어야 할 나이에 여전히 그 성장통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그 시간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얼치기 어른들은 사실상 발전은 커녕 퇴보하고 있는 이들이고 사실 매우 짜증스럽다. 게다가 단순히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여야할 군대복무를 무슨 대단한 가치라도 되는 양 떠받드는 덜 떨어진 것들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공중파 TV에서 그런 퇴행적 인식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으며 그 퇴행적 인식이 넘쳐나다 못해 아직 그런 경험을 할 필요조차 없는 청소년들을 정신력 강화라는 미명으로 군대 코스프레를 하는 곳으로 보내 사실상 학대하고 있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이 집단적 퇴행에서 벗어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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