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Media

마블링.

The Skeptic 2013. 9. 3. 00:19

저번에도 한 번 언급했었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 혹은 '마블링이 예쁜 고기'라는 게 별로 좋은 고기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TV에서 그것을 다루었단다. 참 재미있는 것이 그런 이야기를 처음 한 것이 내가 아니라는 거다. 이미 제대로 된 신체단련법을 수련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선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고 수많은 학자들이 언급한 내용들이다. 


일전에 쓴 글, '꼬기와 채식'에서 이미 언급했다. 


비슷한 사례중의 하나가 바로 베이컨이다. 미국 축산업 광고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이 바로 베이컨일 것이다. 실제로 베이컨은 돼지의 등과 옆구리살중에서도 가장 저급한 부위에 속하는 고기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그걸 팔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그 유명한 '아침은 달걀과 베이컨'이란 구조를 만들어 내고 온갖 매체들, 단순히 광고만이 아니라 영화같은 매체들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이젠 베이컨이 그리 좋은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 다시 증명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선 전형적인 아침 상차림처럼 묘사될 지경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새삼스레 화제가 되는 건 제대로 된 논리와 사실에 입각한 과학적인 이야기보다 다분히 감점에 호소하는 감상적이고 말초적인 축산업계의 이야기들이 더 잘 먹혀든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난 사람들이 개인적인 입맛이 실제 고기보다는 지방에 더 중독되어 있어서 마블링이 든 고기를 먹겠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그 결과로 그의 몸에 마블링이 예쁘게 들어가는 건 전적으로 그의 선택탓이니 내가 뭐라할 일도 아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개인적인 취향과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혼동하지는 말라는 거다. 


당신의 입맛에 맞는다는 것과 좋은 고기라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란 말이다. 


마케팅은 자본주의의 핵심이자 최근의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마케팅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윤이지 진실같은 게 아니라는 거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세상은 정보의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여전히 진실과 마케팅의 현혹사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한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기만 해도 금방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진실이 싫거나 아니면 그냥 게으른 거다. 그도 아니라면 둘 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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