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Agent, 자유계약선수다. 소속팀과의 계약이 만료되어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의미한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추신수가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게다가 올 시즌 추신수가 올린 성적은 눈부시다. 20홈런, 20도루, 100볼넷, 100둑점, 300출루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7명밖에 수립하지 못한 기록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가 약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배리 본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희소성은 더욱 배가 된다.
게다가 최근엔 그와 비슷한 기록을 올린 센프란시스코의 헌터 펜스가 계약기간 5년에 9,000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무래도 이런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액수의 계약이 드러나면 이야기는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주요한 관심사는 헌터 펜스만큼의 가격을 매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올 시즌 헌터 펜스와 추신수의 기록.
타율 / 홈런 / 타점 / 안타 / 득점 / 도루 / 삼진 / 볼넷 / 장타율 / 출루율 / OPS
헌터 펜스 - 0.283 / 27 / 99 / 178 / 91 / 22 / 115 / 52 / 0.483 / 0.339 / 0.822
추신수 - 0.285 / 21 / 54 / 162 / 107 / 20 / 133 / 112 / 0.462 / 0.423 / 0.885
별 차이없다. 기본적으로 헌터 펜스가 타점을 올려야 하는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을 주로 수행한 점과 추신수가 1번으로 주로 나서는 리드오프로서의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는 차이가 몇몇 세부지표의 차이, 타점에서 펜스가 추신수보다 2배정도 많고 출루율에서 추신수가 펜스보다 거의 1할 이상 앞선다는 차이를 만들어냈을 뿐, 나머지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삼진과 볼넷이다. 출루율이 훨씬 높은 추신수가 삼진수가 더 많다. 물론 볼넷이 펜스에 비해 2배이상 많지만 말이다. 그래서 궁금해진 점. 두 선수의 출장 경기수와 타석수와 타수는 어떻게 될까?
펜스 - 162 경기 / 687 타석 / 629 타수
추신수 - 154 경기 / 712 타석 / 569 타수
일반적으로 1번으로 출장하는 선수의 타석수가 클린업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출장 경기수가 적어서 고작 25타석의 차이밖에 안 난다. 반면 실제로 타격을 감행한 타석, 즉 타수는 무려 60회가 더 적다. 그러니까 펜스는 타석에 들어서면 적극적으로 타격을 했고 추신수는 차분히 공을 고르는 데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그래서 또 궁금해진 것이 추신수의 통산 기록.
타율 / 홈런 / 타점 / 안타 / 득점 / 도루 / 삼진 / 볼넷 / 장타율 / 출루율 / OPS
2012년 - 0.283 / 16 / 67 / 169 / 88 / 21 / 150 / 73 / 0.441 / 0.373 / 0.814
2010년 - 0.300 / 22 / 90 / 165 / 81 / 22 / 118 / 83 / 0.484 / 0.401 / 0.885
2009년 - 0.300 / 20 / 86 / 175 / 87 / 21 / 151 / 78 / 0.489 / 0.394 / 0.883
이 정도다. 거의 풀타임 출전을 했던 시즌만 모았다. 출전이 적은 시즌의 기록은 아무래도 표본이 적어서 기록이 왜곡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볍게 제외. 재미있는 점은 추신수가 1번으로 풀타임 출장한 것이 이번 시즌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그 이전엔 클리블렌드에서 주로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섰다. 그 당시의 기록을 보면 확실히 헌터 펜스와 더 비슷해진다. 그래도 여전한 차이는 펜스는 닥치고 공을 때린 쪽인데 반해 추신수는 더 신중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유는 펜스가 출전한 경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펜스는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다. 굳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자기가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때리고 보는 선수다. 대체로 체구가 크고 팔이 긴 선수들이 이런 유형이 많다. 우리나라같으면 당장이라도 선풍기 소리를 들을테지만 사실 그건 좀 억울하다. 왜냐면 이들은 '배드볼 히터' 즉 아무 공이나 잘 때리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연히 삼진도 볼넷도 적다.
몇 가지 차이를 제외하면 역시 펜스와 추신수는 많이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에 따르자면 미국 언론에선 펜스보다 추신수의 가치를 좀 더 높게 보는 편이다. 그건 전적으로 출루율때문이다. 타격유형의 차이때문에 벌어지는 몇 가지 차이를 제외하고 나면 거의 비슷한 스탯을 자랑하는 두 선수가 있다. 그런데 한 쪽은 1번부터 클린업까지 소화가 가능한데 반해 다른 한 명은 아무래도 1번으로 세우기는 좀 힘들다면?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전자가 후자보다 더 가치가 나간다는 의미다.
게다가 출루율이란 지표가 보여주는 장점중의 하나는 바로 선구안이다. 물론 타격유형의 차이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런데 타격 메커니즘이란 게 꽤 복잡한 형태의 운동이라 의외로 타격 유형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게다가 선구안은 다른 운동능력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다. 이른바 '발야구', '눈야구'라고 불리는 것들 말이다. 즉 추신수는 변수로 작용할만한 여지가 가장 적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추신수의 가치가 헌터 펜스보다 낫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연봉에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보여준 추신수의 기록이 FA를 앞둔 시점이라 일부 과장이 있을 순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20도루를 그런 기록이라고 본다. 물론 20홈런, 20도루, 100볼넷, 100득점, 300출루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걸 마다할 선수도 없을 테지만. 아무튼 난 추신수의 도루 기록은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본다. 다년계약을 생각하는 구단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그러나 다른 기록들의 경우는 부상이 아니라면 갑작스런 하향곡선을 보일 확률은 없다고 본다.
간혹 수비력을 문제삼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 그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자국 선수란 이유로 지나치게 감싸안는 경향이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기록이 있는데 바로 수비력이다. 추신수의 수비력은 최하위권이다. 개인적으로 추신수를 외야수로 써야 한다면 절대로 중견수 자리에 넣고 싶지 않을 정도다. 수비에서 큰 실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외야수로서 기본적인 수비범위 자체가 너무 좁다. 심지어 그가 평균 20도루 이상을 해내는 나름 준족을 자랑하는 선수라는 걸 고려하면 이야기는 더 참담해진다. 간혹 추신수의 멋진 수비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베어스의 이종욱이나 와이번스의 김강민이 보면 '그냥 웃지요'수준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그는 원래 투수다. 야수 출신이 아니다. 투수출신 선수가 내야수도 아닌 외야수로 변신한다는 건 거의 호박에 줄긋고 수박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의 수비 포지션이 우익수였던 것이다. 수비가 중요한 중견수 자리를 맡을 능력은 안 되고 그렇다고 수비부담이 덜하다는(최근엔 큰 의미는 없긴 하지만) 좌익수자리를 내줄 정도로 엄청난 타격능력을 보여주진 못 했기 때문이다. 물론 클리블랜드로 옮긴 이후엔 팀내 최고 타자였지만 좌익수로 옮기지 않았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못한 것이다. 모두 코너 외야수이긴 하지만 공이 날아오는 방향같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 그래도 외야 수비가 좋지 못한 선수에게 포지션까지 바꾸라고 요구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시내티에선 중견수로 풀타임 출장했다. 그렇다고 수비력이 나아진 건 아니다. 단지 자리가 거기밖에 없었을 뿐이다. 추신수로서도 시즌이 끝난 이후 벌어질 FA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감수했어야 할 부분이다. 장타력과 출루율을 겸비한 리드오프라는 것이 그의 마케팅 전략이니까. 그리고 그게 보기좋게 성공했다.
추신수의 수비력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보통 선수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출루율 4할 이상을 찍어주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형편없는 수비력이지만 그럭저럭 큰 실수없이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면 중견수와 우익수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추신수의 형편없는 수비력때문에라도 지나치게 고평가되어있다는 주장은 사실 설득력이 별로 없다. 오히려 어쩌다 보니 비교대상이 되어버린 헌터 펜스보다는 더 가치있는 선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P.S.
개인적으로 약간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FA시장에서 추신수가 대형계약을 맺을 것은 분명한데 그 직후 먹튀소리를 듣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 이유 역시 수비력때문이다. 알다시피 수비는 굳이 타고나지 않아도 된다. 연습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을 늘릴 수가 있다. 추신수가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것이 2001년이다. 올 해가 2013년, 10년이 훌쩍 넘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다. 그런데 수비력은 나아진 것이 없다. 왜일까? 아마도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장점을 살리자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개인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납득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내 의구심이 사실이라면 대형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목표가 사라질 것이고 추락할 확률도 높다.
그게 사실이 아니질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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