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면서도 간혹 그 때문에 야구경기가 재미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올 시즌은 대체로 절반정도 재미있었다. 가을에도 야구를 할 4팀이 꾸려졌지만 라이온즈와 베어스는 이미 시즌전부터 구상에 들어있던 팀이었다. 트윈스와 히어로즈의 약진이 돋보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즌 중반 즈음에 우려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트윈스는 새롭게 투수진에 가세한 선수들이 시즌 말미까지 그 능력을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었고 히어로즈는 얇은 선수층의 문제가 있었다. 트윈스는 별 무리없이 헤쳐 나왔고 히어로즈는 힘겹지만 버텨낸 편이다.
반면 하위권을 형성한 팀들의 경우는 예상과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 오히려 허탈할 지경이다. 신생 팀인 다이노스가 밑으로 두 팀이나 깔고 들어갈 정도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은 셈이다.
아무튼 시즌은 끝났고 포스트 시즌만 남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사실상 지하철 시리즈로 치뤄지는 첫번째 시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 대한 예상을 하자면 이렇다. 히어로즈와 베어스의 경기로 치뤄질 준플레이 오프의 경우엔 히어로즈 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기본적인 전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지만 투수진은 베어스가 밀리는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력 차는 크지 않다. 오히려 가장 큰 차이는 코칭 스텝의 역량 문제다.
알다시피 올 시즌 트윈스와 함께 선풍을 일으킨 히어로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염경엽 감독의 세밀한 작전 야구다. 기본적인 전력이 뒷받침되는 경기에선 굳이 작전을 구사할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에서 작전을 통해 버텨내고 승리를 챙기는 것은 벤치의 작전 능력이다. 히어로즈는 시즌내내 그런 면모를 보여 주었다. 반면 베어스의 벤치는 그런 면에서 꽤 밀리는 편이다.
시즌 초반 참사라 일컬어지는 몇 차례의 경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 외에도 실수나 착각과 같은 경기운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시즌 내내 베어스의 벤치가 보여준 모습은 데이터나 컨디션같은 것들보다 '그래도 믿을만한 선수부터 믿고 본다'는 경향이 강했다. 물론 그런 성향이 야수들에게 반영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야수 한 명이 경기 전체를 말아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어스는 자주 말하는 것처럼 투수진만 보강해주면 당장이라고 1군팀 하나를 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야수진이 탄탄하다. 야수의 기용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팀이다.
반면 투수기용과 관련된 부분은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교체 타이밍도 이상하고 고체로 들어서는 선수의 선택도 이상했다. 데이터나 상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결국 보수적인 선수 기용 성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라면 그런 것들이 누적되어 지금의 성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시즌 막판까지 순위다툼이 치열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즌 초중반 그런 식의 실수를 통해 날린 몇 경기가 순위를 가름한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만약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그와 같은 성향이 반복된다면 히어로즈가 더 유리할 거라고 본다.
가장 흥미를 끄는 건 플레이 오프다. 선동열 감독이 만들어 놓은 약발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라이온즈는 최근 몇 년동안 볼 수 있었던 극강의 팀이 아니다. 4강에 들어간 팀이라면 그 어떤 팀이라도 한 번 겨루어 볼만한 수준이다. 게다가 압도적인 선발 투수가 없다는 가장 큰 약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단기전의 타자들은 리그 경기중의 그 타자들이 아니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 타자들을 윽박지르거나 어르고 달래서 벤치로 돌려보낼 수 있는 압도적인 투수는 외려 라이온즈가 가장 약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만약 어느 팀이든 플레이오프 경기를 가장 짧게 치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유리할 것이고 본다. 특히 올 시즌을 우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보고 있는 트윈스나 히어로즈라면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그래서 예상컨데 만약 히어로즈나 트윈스가 코리안 시리즈에 올라간다면 두 팀중의 한 팀이 우승할 거라고 본다. 물론 최종 순위에 따른 포스즌 시즌의 일정이 상위팀에게 유리하도록 되어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마도 트윈스가 가장 유리할 것이다.
단지 문제라면 두 팀 모두 처음 혹은 너무 오랜만에 치뤄보는 가을 야구라는 점일 것이다. 당연히 실수가 더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동안 포스트 시즌의 단골이었던 라이온즈와 베어스가 그걸 쉽게 용납할 리가 없다는 점이다. 실수는 당연하다고 봐야할 문제고 그 실수이후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역시 베테랑들이 득시글거리는 트윈스가 히어로즈보다는 낫다.
개인적으로 베어스의 팬이지만 현 투수진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치르고 코리안 시리즈까지 이긴다는 건 솔직히 거의 힘들거라고 본다.
p.s.
가을야구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지라 사실 난 올 겨울에 벌어질 FA 선수들의 이동과 다른 시즌보다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트레이드 시장의 움직임이 더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