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차 강조한 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난 세대론이 그다지 유용하다고 보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세대론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무익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대를 분석의 중심에 놓는 방식은 적어도 한 사회에 현존하는 특정한 연령대, 혹은 그 연령대 중에서도 특정한 기준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집단이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술하게 된다는 점은 꽤 큰 의미가 있다. 문화적 연구나 인류학적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기술하는 이유는 세대론이 어떤 의도로 호명당하는가에 따른 대답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 사회내에서 특정한 하위집단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이 형성된 배경같은 것을 연구하고 그로부터 보편타당한 무언가를 찾는 작업이라면 나 역시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반면 세대론이 일종의 세대 갈등의 의미로 호명당하는 경우엔 사실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젊은 이들이 늙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오래된 전통이며 역시 늙은 이들이 젊은 이들이 처한 특징적인 상황들을 무시한 채 일반론을 강조하는 행위 역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한때 세대론에 의해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 꽤 특출한 특징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 이들도 나이가 들면 대부분 그냥 그렇고 그런 꼰대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젊어선 어른들이 자신들을 이해해 주지않는다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린 이들이 나이가 들면 요즘 젊은 것들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른다고 혀를 차게 된다는 의미다. 왜 이런 일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걸까?
이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 배움이나 깨달음의 문제? 권력의 문제?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가르치면 나아질까?' 혹은 '권력을 다른 이들이 잡으면 달라질까?' 솔직히 난 그것이 답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태도의 문제고 소통하려는 의지의 문제다. 즉 아무리 좋은 걸 알려주려고 해도 그걸 배울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지며 권력은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가 중요하지 권력을 잡는가 못 잡는가가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럼 시각에서 세대론이 세대간의 차이를 부각시킴으로서 상호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갈등이나 대결이란 식으로 흘러가는 건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본다.
p.s.
간혹 늙다리들의 꼰대질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들이 자주 하는 말중의 하나. '그런 정도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을 정도면 당해도 싸다'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언어구사를 나도 자주 해봐서 아는 건데 이거 사실 매우 오만한 태도다. 왜? '그런 정도의 이야기'라도 알아들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래도 매우 희망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몰라서, 실수로 혹은 부주의해서 그런 언행을 하지만 지적을 받으면 무엇이 잘못인지 알아차리는 사람은 사실 별 문제가 안 된다. 현실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이야기를 해줘도 전혀 못 알아먹는 사람들인 거다.
그런데 정작 많은 이들은 이 관계를 이상하게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다. 말을 해도 알아먹지 못 하니 그냥 포기하면서 부주의한 실수를 반복하지만 말을 알아듣는 이에겐 과도한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사실 그런 경향도 따지고 보면 진영논리의 일종이 아니겠는가? 진영논리는 권력의 문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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