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지난 무인기가 발견되어서 논란이 일고 있단다. 게다가 그 무인기가 북한에서 날린 것일 가능성이 큰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통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단다. 그래서 연일 뉴스에선 그걸로 이슈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온갖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그 무인기라는 게 '비대칭 무기'라는 걸 알면 애시당초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비대칭 무기'. 그러니까 군사력면에서 적대적인 국가에 비해 열세에 놓인 국가가 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하고 보유하는 무기를 일컫는다. 조금 넓은 의미에서 이걸 해석하자면 궁극의 비대칭 무기는 바로 '핵무기'다. 그리고 그 핵무기를 원하는 곳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미사일이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만약 북한과 미국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당연히 미국이 최종적인 승리를 가져가겠지만 행여라도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무기가 실려서 미국 본토에 도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베트남전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또 하나의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보자면 '비대칭 무기'는 현실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요소기도 하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 역시 이 '비대칭 무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은 바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개발이었고 개발 당시부터 아무런 기술적 과학적 근거도 없었던 대륙같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즉 스타워즈가 아무런 제지없이 추진되었던 것도 근거보다는 열망이 더 강렬했기 때문이다. 물론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의 개발 역시 그런 차원의 일이었다.
비대칭 무기에 대한 정의를 좁게 설정해도 사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중동에서 일으킨 일련의 전쟁들에서 가장 긴장했던 건 다름아닌 순항 미사일이었다. 즉 발사이후에 프로그램된 대로 혹은 원격조정을 통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가 마지막 타격의 순간에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떨어지며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미사일이다.
일반적인 포라면 사거리 밖에 있으면 안전하지만 기본적으로 포탄보다 몇 배는 멀리 날아가며 약간의 개조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미사일의 경우는 사실상 그런 한계가 무의미하다. 게다가 목표물에 도달해서 명중하는 순간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솟아오르는 그 한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낮은 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레이더로 포착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원격조정의 경우 해당 목표물을 육안으로 관측하면서 명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즉 무기의 존재는 알지만 그 무기를 막아낼 방도는 사실상 전무한 것이 바로 순항 미사일인 셈이다. 그 미사일이 중동전쟁 당시 공군 지원을 위해 바닷가에 떠있던 항공모함에라도 명중한다면 어떻겠는가? 물론 전쟁의 향방을 가르지는 못할 테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처뿐인 영광이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비대칭 무기의 이런 특징들 탓에 군사력이 열세인 국가들은 이런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는데 열을 올리기 마련이다. 중동과 한반도에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들,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고자 애쓰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 역시 같은 의미에서 '비대칭 무기'인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미사일보다 원시적이고 타격시 피해도도 낮은 편에 속하지만 비대칭 무기로서의 특징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비대칭 무기의 이런 특성이다. 무기의 존재를 알더라도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비대칭 무기에 대해서 공포심을 갖는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런 비대칭 무기들을 필요로 하는 국가는 군사력 면에서 열세에 놓인 나라들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즉 고전적인 의미의 재래식 무기들이 동원된 군사적 충돌에선 이길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비대칭 무기에 의존하는 것이다.
쉽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거다. 현재 북한이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고 그 무인기를 무기로서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 생화학 무기를 실어서 타격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만 되면 북한이 공해상에 쏘아대는 미사일같은 비대칭 무기들도 있다. 간혹 NLL에 떨어진다고도 하는데 사실 상식적인 차원에서 그걸 이해하기 힘든게 일반적인 포사격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이 가능한 NLL에 뭐하려 비싼 돈들여가며 미사일을 날리겠는가 하는 점이다. 미사일의 위력은 결국 거리에서 나오는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런 비대칭 무기들을 북한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비대칭 무기들을 가지고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건 오로지 핵무기뿐인데 이 경우는 그냥 공멸의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승리나 패배란 판단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아무튼 어쨌거나 적어도 지지않기 위한 우일한 비대칭 무기는 핵무기 뿐인 거다.
최근 자주 발사한다는 미사일이나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같은 비대칭 무기들의 경우는 어차피 군사적 충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무인기가 청와대를 찍었다고? 그래서 뭐? 북한이 그런 식의 무력도발을 해오는 데 남한의 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한가롭게 산책이라도 하고 있을 것 같나?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언론사들마다 군필자들이 둑실거릴 것이고 그들 중 일부는 나름 장교 출신들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유행지난 무인기같은 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정도는 알 것이다. 설령 그 무인기가 온갖 정보를 수집해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그보다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무인기 논란은 그 대상이 우리가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것, 즉 '기분이 나쁘다'는 걸 제외하고 나면 군사적인 면에서나 정보라는 면에서나 심지어 현재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 관계조차도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P.S.
오히려 문제라면 무인기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 하고 심지어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군의 자세일 것이다. 어차피 비대칭 무기다.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차후에라도 그런 것이 발견되었다면 사건의 전후 사정과 과정에 대해선 사후적으로라도 면밀한 검사를 하고 보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것조차 제대로 할 의지가 없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이게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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