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했다. 아는 후배 하나가. 그랬더니 옆에서 듣던 또 다른 후배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나는 남자다. 유재석이 하는 거."
그랬더니 다시 처음 후배 왈.
"그게 무슨 남자 프로그램이냐. 그냥 대중적인 흥미거리에 대해서 떠드는 거지. 떠드는 게 남자라는 것 뿐..."
미리 말하건데 난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생각 없다.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어쩌다 초대손님 정도만 여자가 나올 뿐 출연진 대부분과 심지어 방청객들도 남자라고 한다. 그런 걸 봐야할 의미를 못 느낀다.
그리고 내가 흥미를 못 느끼는 지점에 바로 답이 있다. 남자들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남자들이 자기 속내를 절절하게 털어놓을 거라고 보나?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단언컨데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기좋은 곳이 되어있을 게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가? 아니 그렇진 않다. 인간극장 류의 프로그램들이나 리얼예능 프로그램같은 곳에선 드물지 않게 그런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대놓고 남자들이 바글바글 모인 장소에서 그런 속내를 털어놓을 남자는 없다는 거다. 왜? 그래봐야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속내를 털어놓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하한가는 '자기 위로'다. 누군가에게 말못할 사정을 털어놓았더니 속이 시원하더라는 건데 불행하게도 이런 만족조차도 단순히 털어놓은 행위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위로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자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상대가 필요하다.
이 쯤에서 과연 남자란 존재들이 그런 것에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가'란 반문을 해보자. 나도 남자고 남한에서 무려 40년넘게 살아왔지만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순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커가는 자식들을 둔 이들도 많지만 그들 중 자식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는 녀석은 거의 없다. 왜? 그런 이야기에 도대체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는 거다.
이미 그들 중 대다수는 자식들과의 대화에서 엄청난 실패를 겪은 바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아직 결혼도 안 했으며 자식같은 건 언감생심인 내가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당연히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 아니라 책보고 배운 것들이다. 지나친 일반화라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인지능력이 딸리는 인간의 경험에 비하면 책보고 배운 지식이 훨씬 나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일반화된 지식은 전달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그런데 정작 내 조언을 들은 이들중 대부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눈치였다.
남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글쎄? 그게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현행 tv프로그램들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아니면 그저 그렇고 그런 예능 프로인데 특이하게 남자들만 모아놓은 게 될 수는 있을 거다.
잘 생각해야 할 거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도 익숙치 않으며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데도 서틀다. 아닌 척 하지만 그런 심리 상태는 생각보다 쉽게 상처를 받는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이런 심리상태는 자기방어 본능도 남다르다. 아닌 척 하기도 하고 자기가 그렇다는 걸 인지하지 못 하고 심지어 그런 상태를 설명조차 제대로 못 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다른 의미로 그런 까다로운 존재들인 거다. 남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걸 염두에 둬야 할 거다.
나라면 안 만드는 쪽을 선택할 테지만 말이다. 시청율이 모든 것을 봐우하는 상황이고 죄박이와 그네 덕에 그런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누가 봐도 대중적 재미라곤 없는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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