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디플레이션.

The Skeptic 2014. 4. 29. 16:48

경제학과 관련된 각종 수학적 증명들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는 와중이다 보니 고전적인 의미의 개념들 역시 많은 의심과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전적인 경제학의 개념들이란 기준이 있으니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고전 경제학의 수학적 증명들과 개념들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난 수학엔 젬병이니 그 부분은 가볍게 패스하고 이번에 볼 내용은 최근 한참 논란이 되는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의미라고 알려져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두 개념 모두 여러 종류로 나뉘는 편인데 사실 기억도 잘 안 나고 해서 아주 단순화시키면 기본적으로 두 개념 모두 '화폐량'과 관련이 있다. 즉 인플레이션은 화폐량의 증가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래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고 반면 디플레이션은 화폐량의 축소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올라서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전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자면 기본적으로 디플레이션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경제가 퇴보하거나 불황에 빠지지 않는 이상 화폐의 공급은 그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나 그에 준하는 단체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이상 화폐량의 축소란 보통의 경제 현상이란 기준에서 볼때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실물경제와 연결시켜 보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즉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나 축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그 일시적인 상황들이 제거되는 순간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볼때 우려할만한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최근엔 고전 경제학의 설명과 맞지 않는 현상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는 편인데 이게 조금 양상이 이상하다. 이미 죄박이 시절부터 박그네까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에 화폐를 공급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그 재정적자를 통해 공급된 화폐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소리마저 나올 지경이다. 나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보는 편이고.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시장에 화폐를 공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이런 예상은 공급된 화폐의 양을 볼때 예상할 수 있는 가격 상승율이 있는데 그것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물론 난 그것이 어떤 수학적 방법을 통해 나오는 것인지 모르니 그냥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가격 상승율로 보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데 이상한 건 화폐공급량은 줄기는 커녕 늘어났다는 점이다. 화폐량이 늘었는데 가격이 하락내지는 예상을 밑도는 상승율을 보임으로서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말인데 이건 고전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자면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사실 수많은 정보와 수학적 방식들이 동원되어야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선 너무 힘든 노가다라 그냥 추론으로 대체하자면 이렇다. 


하나는 화폐량의 규정상의 문제다. 화폐량을 시장에 공급된 화폐의 총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통되고 있는 화폐량만을 전제한다면? 실제로 일본에서 10년이 넘는 장기불황에 빠졌을 때도 그 기폭제가 되었던 것은 주택과 상업용 건물의 가격 폭락이었다.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한 돈중 일부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앉은 자리에서 손해가 나는 것과 같은 현상인 거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자산에 투자된 화폐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즉 화폐가 가계와 기업, 정부라는 경제 3주체사이에서 돌고도는 게 아니라 주택과 같은 자산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두드러질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유통되는 화폐량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처럼 자산가치가 폭락하면 실제로 화폐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야말로 그냥 불황인 거다. 화폐량을 늘렸지만 미래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못 하는 경제주체들중 기업이나 가계에서 투자나 소비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게다가 불황이다 보니 금융회사들조차 마땅히 대출해줄만한 대상도 없고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도 없다면 이 역시도 시장에 공급된 화폐량과는 상관없이 실제로 유통되는 화폐량을 줄이는 효과가 난다. 


덧붙여 소비자체가 줄었으니, 즉 수요가 하락했으니 당연히 재화의 가격도 내려가게 마련이다. 


최근 경제상황을 보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의 시각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인 건 이건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냥 불황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정의를 내리고 나면 사실 대책은 많이 단순해진다. 이미 자주 언급한 것처럼 유효한 소비, 즉 막연하게 화폐량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로 직결될 것이 거의 확실한 소비에 화폐를 공급하면 되고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다. 


그러니까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고 효용성도 없는 걸로 증명된 트리클 다운, 낙수효과같은 거 떠들지 말고 그냥 복지와 사회대책 문제에 예산을 집중하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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