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빌 게이츠가 보지 못 하는 것.

The Skeptic 2014. 10. 22. 04:00

피케티에 대한 빌 게이츠의 반론(...?)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 


1. 개발 도상국들의 중산층의 증가의 사례로 보자면 세상은 좀 더 평등하게 변하고 있다. 

2. 자본의 창출과 소멸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으며 자본의 여러 가지 속성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 한다. 

3. (2)번과 연동하여 피케티의 분석이 부의 세습을 막는데 기여하지 못 한다. 즉 자본은 그 자체로 생성, 성장, 소멸해 왔고 외부의 개입에 의해 변동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걸 반론이라고 봐야 할지 나로선 판단이 서질 않는게 너무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1. 그가 지적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으로서 여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발전을 길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 당연히 중산층이 늘어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런 기준을 조금 더 확장해보면 어떨까?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쪽의 국가들까지 확장해도 그런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미 대표적인 발전 국가인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이란 적절한 수준의 외부적 압력을 전제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증명된 바다. 심지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의 창출-성장-소멸의 과정에서 경제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사례들 역시 무수히 많다. 


2. 피케티의 지적이 영원불멸하는 부자들을 거론하는 게 아니라는 건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18세기의 부자들을 예로 든 건 오버다. 그 기준을 더 옛날로 돌려보자.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체제가 아니었던 시절에도 부의 흥망성쇠는 늘 발생해온 일이었다. 피케티가 그걸 부정한 게 아니다. 


피케티의 지적은 그 부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이른바 '돈놓고 돈먹기'라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까 부자가 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 한 번 축적된 부는 시대와 시간을 초월하여 영생불멸하는 부로 존재한다는 걸 언급한 것이 아니다. 


3. 세번째 부분이 가장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다. 빌 게이츠는 세 가지 부류의 부자들을 언급한다. 1) 자본을 자기 사업에 쓰는 사람, 2) 기부에 쓰는 사람, 3) 과시적 소비에 쓰는 사람. 이 세 부류중 세번째 부류에 더 많은 세금, 소득세를 부여함으로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그건 이미 실행중인 방안들이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기업이나 부자가 자본을 자기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상당한 세금 특혜를 주고 있으며 기부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제안은 전혀 새롭지 않다. 오히려 빌 게이츠가 주장해야할 부분은 자기 사업에 대한 투자라는 항목을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즉 부동산 구입 비용처럼 투자로 판단하기 모호한 지점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부금이란 것은 알다시피 전적으로 기부하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일이다. 매우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개인이나 기업가에게 부여된 일이라면 그렇게 불안정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국가와 같은 조직이 맡아야 한다면 이런 식의 불안정성은 별다른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런 거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득이 적은 게층이 가장 먼저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진다는 건 그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것이가 당연히 개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일임된 기부금같은 경우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가 여전히 존경받는 부자라는 점은 나 역시 인정하는 바다. 여전히 그가 부의 세습에 반대하고 상속세를 지지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피케티에 대해서 이처럼 다소 엉뚱한 지적을 하는 것은 여전히 고전 자본주의가 언급한 망상적인 주장에 대한 미련과 그의 개인적인 성공에 대한 경험 탓인 걸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처음을 피케티의 부의 불평등 심화에 동의한다고 언급하고도 마지막엔 다소 엉뚱한 지적을 하는 것일 게다.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마법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앞으로 좀 더 다른 연구들도 보고 싶다."


내가 보기엔 자본에 대해서 누진적인 세금을 매기자는 피케티의 주장이 빌 게이츠가 언급한 '좀 더 다른 연구'에 속하며 '마법적인 해결책'은 아닐지언정 빌 게이츠가 주장한 제안들, 그러니까 이미 시행중인 고답적인 제안들에 비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새로운 제안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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