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스포츠에도 상대성이란 게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유형의 선수나 팀은 특정 유형의 선수나 팀에게 약하거나 혹은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의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다. 그리고 이런 상대성은 전력 차이가 드러난 경우에도 자주 발생한다.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바이에른 뮌헨 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결과는 레알 마드리드의 4:0 완승. 어차피 유럽 최강 전력의 클럽팀들의 대결이니 승패가 어찌 되든 큰 화제가 될 건 없는데 이번 경기는 아무래도 말이 많다. 왜냐하면 뮌헨이야말로 이미 작년 시즌 트레블 달성으로 현존 최고의 클럽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게다가 이번에 새로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며 전력이 한 단계 더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니까. 실제로 자국 리그에선 가장 적은 경기를 치르고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니 그런 평가는 틀린 것이 아닐 게다.
그런 팀이 무려 4골을 먹고 진 거다. 게다가 최근 우리가 강팀의 경기력에 대한 언급을 할 때 매번 등장하는 '점유율'이란 면에서도 앞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말이 많은 거다. 그런데 이런 관점은 과연 얼마나 유효할까?
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프로리그에서 최근 몇 십년간 1,2위를 다투던 팀이다. 리그 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경기를 제외하면 아마도 이번 경기와 같은 점유율 통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즉 점유율 통계는 사실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 세계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팀을 '상대'하는 탓에 벌어진 현상일 뿐이다.
'상대성'이란 건 이런 관계에서도 벌어진다. 이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에른 뮌헨을 자신보다 나은 전력을 갖춘 팀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고 그에 맞는 전술을 택한 것일 뿐이다.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은 상대적인 강팀답게 점유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공격하는 전술을 선택한 것이고 경기의 결과는 서로가 선택한 전술을 얼마나 잘 풀어냈는가에 의해 갈린 것 뿐이다.
일정한 스타일의 축구라는 건 존재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축구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목들에 비해 매우 단순한 스포츠다. 스타일은 존재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건 없다. 단지 그 스타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 따라서 경기력 차이가 발생하고 강팀과 약팀으로 갈리며 특정 전술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강팀을 해당 전술의 대표격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물론 '단순하다'는 건 거꾸로 그것을 변형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특정한 전술이 특정한 팀의 고유한 창작물인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기준에서 보자면 이번 경기의 결과는 꽤 의외지만 그 결과가 나오는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현상들에 대한 평가는 사실 지나친 감이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패스와 점유율을 중심으로 하는 축구가 저물고 있다는 식의 평가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스타일의 축구를 결과를 통해 압도한 축구 스타일이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선수비후 역습'은 흔한 패턴이니까. 단지 그런 전술을 즐겨 사용하는 다른 팀들과의 차이라면 레알 마드리드엔 호날두와 베일이 있다는 정도일 게다.
오히려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통해 가장 흥미로운 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고 보르시아 도르트문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창 잘 나가던 주제 무리뉴가 즐겨 사용하는 중원으로부터의 강한 압박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다. 그런데 현재 주제 무리뉴가 감독으로 있는 첼시와 비교를 해보면 차이점이 명확하다.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가한다는 점은 같지만 공격으로 나가는 속도에서 명확한 차이가 보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훨씬 빠르고 강력하며 직선적이다. 마치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의 공격 패턴을 보는 듯 하다. 그런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런 공격을 하프라인 근처에서 부터 시작하는 반면 보르시아 도르트문트는 자기 진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공격으로 나가는 거리가 확연히 줄어들고 상대하는 팀의 입장에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더 빠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이제 결승전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매치가 되었다. 결승전에서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준결승에서의 전술을 그대로 사용한다면(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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